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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달부터 인천에 시립 교향 악단이 생긴다는 낭보가 있다. 지금 서울엔 세개의 「심포니·오케스트러」가 있고 지방에는 부산과 대구에 하나씩 있을 뿐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하게 된 기쁨이 크다. 봄의 내도와 함께 서울에선 연주회, 합창회 등 각종 음악회가 서서히 「붐」을 일으키고 있고 「오페라」 운동도 이제 제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지방 도시의 교향악 운동에는 어느 나라에서나 두가지 난관이 있다. 하나는 재정 문제이고 또 하나는 악단을 조직해서 높은 수준의 「앙상블」로 끌고 올라갈 수 있는 지휘자를 얻는 것. 돈 많은 미국에서도 큰 규모의 악단을 유지할 능력이 없어서, 또는 유능한 지휘자를 구하지 못해서 애써 시작한 운동이 얼마 안 가서 수포화 해버린 예가 수두룩하다. 그대신 성공한 예도 많다. 돈도 중요하지만 지휘자가 더 중요하다.
돈이 없어도 능력있고, 의욕적인 지휘자를 구하기만 하면, 그리고 오랜 세월을 두고 정성껏 가꾸기만 하면 하나의 국빈적 문화재가 이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예 중에서 하나를 들자. 영국 「맨치스터」에 기반을 둔 「할레·오케스트러」가 그것이다. 「할레」는 19세기 후반 독일 태생의 「피아니스트」요, 지휘자. 그가 1858년에 시작한 「할레」 연주회가 오늘날 세계 골지의 「오케스트러」가 된 「할레」 교향 악단의 전신이다. 「맨치스터」라는 한 지방 공업 도시는 1821년에 시작한 「가디언」지와 이 교향 악단으로 해서 세계의 언론과 예술에 큰 공헌을 해왔다.
교향 악단이 한 도시의 장식물이거나 전시 효과로 그쳐선 안된다. 과장하게 시민의 일상생활 속으로 파고 들어서 「재즈」와 「폽·송」의 광란에 밀려 그 빛을 잃어 가는 듯이 보이는 고전 음악을 가정에, 거리에, 광장에 풍성하게 실어다 주어야 한다.
「매스콤」에서 단 1분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따내서 보다 많은 청중과의 대화를 꾀하고 단 한자라도 더 긴 「필름」에 실어서 「바하」에서 홍난파에 이르는 음악의 향연을 끈덕지게 베풀어야 한다. 인천 시향의 앞길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진이면 감내-제2의 「할레」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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