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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요금기준 ‘음성 → 데이터’로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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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이동통신 요금이 ‘월 음성통화 250분, 데이터 무제한’ 형태에서 ‘음성 무제한, 데이터 5기가바이트(GB)’ 식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바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통신요금 인하방안으로 ▶무선인터넷전화(mVoIP) 전면 허용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건 데다 이동통신사의 수익구조가 데이터 중심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23일 “음성통화와 메시지 사용량에 기반한 기존 요금제도를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 미국 버라이즌과 같은 식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라이즌은 올 7월부터 월 40달러를 내면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이용하고, 추가로 50~150달러를 내면 1~20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도록 스마트폰 요금제를 바꿨다. 이에 대해 고창국 SKT 홍보팀장은 “버라이즌처럼 요금체계를 완전히 데이터 중심으로 바꾸는 데는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내년 상반기 말에나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간단계로 고객이 음성과 데이터 사용량을 조절하고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다양한 기기와 공유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년 초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달 12일 스마트폰 LTE 요금제에 포함된 데이터 제공량을 태블릿PC나 각종 스마트기기와 공유해 쓸 수 있는 ‘LTE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공유제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평가한다. 표현명 KT 사장은 지난달 데이터 공유요금제를 출시하며 “장기적으로 문자와 통화는 무제한 제공하고, 데이터는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요금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만 우리나라는 전화를 건 쪽과 받는 쪽이 모두 요금을 내는 미국과 달리 전화를 거는 쪽에서만 요금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무제한 음성통화와 문자를 바로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LG유플러스 역시 내년 상반기 중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방침이다.

 지금까지 국내의 스마트폰 요금제는 음성·문자메시지·데이터를 묶어 팔았다. SK텔레콤의 LTE52 요금제는 5만2000원을 내면 음성통화 250분, 문자메시지 250건, 데이터 2GB를 제공한다. KT와 LG유플러스는 데이터를 조금 더 주지만 기본 형태에는 큰 차이가 없다. 3G 요금제는 5만40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면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은 적지만 음성통화가 많은 고객은 지금까지 별 필요 없는 데이터 요금까지 포함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했다. 데이터 중심으로 요금제가 바뀌면 ‘자신이 쓴 데이터 양만큼’ 요금을 내면 되기 때문에 이런 손실이 줄어든다. 일반폰 사용자는 기존 요금제를 쓸 수 있고, 스마트폰 가입자는 기존 요금제나 새 요금제 중에 유리한 쪽으로선택할 수 있다.

특히 음성통화까지 데이터망을 통해 하는 mVoIP를 활용하면 음성통화료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분당 0.5MB의 데이터를 쓰는 이동전화 수준의 고음질로 인터넷전화를 할 경우 100MB로 200분의 음성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질을 인터넷전화 수준으로 낮추면 통화 가능 시간은 2.5배 정도 늘어난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mVoIP를 활용하면 음성통화는 실질적으로 무제한이나 다름없이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요금 수준이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종량제 성격이라 음성통화 중심으로 사용하고 데이터 사용량이 적은 대부분의 사용자는 요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무선데이터를 많이 쓰는 소비자는 당장 통신비를 더 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갈수록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전체적인 요금 부담도 늘어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줄일 경우 소비자들의 반발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더 많이 주면 mVoIP가 음성통화를 대체하면서 수익이 급감할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통사들은 통신료 수입의 70%를 음성통화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전체 데이터 중 mVoIP 몫을 제한하는 방안 ▶데이터 총량 한도 안에서 mVoIP를 무제한 허용하되 일정량을 넘어서면 속도제한(QoS)을 통해 저음질로 서비스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무선인터넷전화 (mVoIP)

이동통신은 지금까지 음성전용 통신망과 데이터전용망을 분리해 활용했다. 하지만 mVoIP는 음성망이 아닌 데이터망으로 음성정보를 보낸다. 고속 무선통신망의 보급으로 데이터망을 이용해도 끊김 없이 음성통화를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유선 초고속인터넷망이 대중화되면서 전용 전화선 대신 인터넷망을 이용한 인터넷전화(VoIP)가 유선전화를 대체한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4세대(4G) LTE망을 활용한 VoLTE까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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