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잇따른 물가 인상, 선거 때문에 미뤄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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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선이 끝나자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소주와 밀가루 등 식음료 가격은 물론 상수도 요금과 민자고속도로 통행료 등 공공 요금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광역상수도 요금은 지난 21일 5% 가까이 올랐다. 지자체가 각 가정에 공급하는 지방상수도 요금 원가가 그만큼 오른다. 물론 수도 요금이 당장 오르는 건 아니지만 상당한 인상 압력이 생기기 때문에 수도 요금이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같은 날 민자고속도로 통행료도 올랐다. 정부가 지난해의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통행료를 평균 4.16% 인상했다. 이뿐만 아니다. 가스와 전력, 택시 요금도 곧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부터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올리겠다는 가스공사의 인상안이 정부에 제출돼 있고, 한국전력 역시 최근 신임 사장 선임을 계기로 전력요금 인상을 재추진할 태세다. 택시 요금 역시 조만간 인상될 전망이다. 공공 요금이 오르면 생활물가가 상당한 부담을 안는다. 민간 업체의 생산원가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공 요금 인상, 그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건 아니다. 설령 물가에 부담을 준다고 할지라도 오를 만한 요인이 있으면 인상하는 게 맞다. 다만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건 인상 시기와 폭이다. 우선 선거 때문에 요금 인상을 미룬 듯한 정부의 자세는 큰 문제다. 예컨대 상수도 요금의 경우 진작부터 인상 요인이 있었다. 정부도 이번에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광역 상수도 요금은 원가 대비 82%까지 떨어져 있다”면서 “노후된 관로 교체 비용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언급했다. 또 2005년 이후 7년째 요금이 동결된 상태라며 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선거 때까지 기다릴 이유가 사실 없었다. 그런데도 억눌렀다가 선거가 끝나자 바로 올리니 “여당에 나쁜 영향을 줄까 봐 선거가 끝날 때까지 인상을 억제했다”는 지적을 받는 것 아닌가. 또 인상 요인이 있으면 바로바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억눌렀다가 한꺼번에 인상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고, 경제에도 훨씬 더 큰 부담을 준다는 걸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