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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상 시비|윤형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정부는 국민의 세금에서 1억원을 들여 서울의 얼굴, 따라서 한국의 얼굴인 남산 위에 단군상을 세우리라 한다. 단기까지 폐기 하여버린 오늘에 와서 이 무슨 일이냐!
모든 지성인들은 단군 신화와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무슨 수단을 쓰든지 이들에게 단군을 신화 시키지 못한다. 따라서 국민 정신에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 과거 일제가 「천조대신」이니 「신무천황」이니 하고 떠들어댔지만 그것이 일인들의 정신에 아무 것도 주지 못하였음을 생각하여 보라.
1억원이나 들여 단군상을 세우면 상당한 예식이 될 것이다. 따라 개천절 같은 국경일에는 으례 거기에서 국가 의식이 거행될 것이다. 그러면 단군상 예배가 요청될 것이요, 무슨 축사나 기념사에는 장군상에 무슨 기원이 올라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지극히 싫어하는 우상 숭배이다. 하나님의 십계는 우상 숭배를 엄금한다.
일제 때 신사 참배 문제가 여러 「그리스도」교 교역자들을 곤고에 몰아넣었다. 일인의 조상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었고, 이것이 바로 우상 숭배냐 아니냐가 문제의 초점이었다.
백보를 양보하여 단군을 역사적 실재였다고 하자. 그 육신은 이미 썩어 없어졌고, 그 영혼은 어디 있기는 하겠지만 우리에게 복을 주고 화를 물리쳐 주고 할 권능이 없음은 명백하다. 그러므로 공식으로 여기에 예배를 드리고 기원을 올리고 함은 명백한 우상 숭배이다.
뿐 아니라 정부가 단군 우상을 남산 위에 세움은 일부 종파를 준국교로 인준함이 된다. 정부에 그런 의사나 의도가 없다고 백번 변명할 필요는 없다. 결과는 분명히 그렇게 나갈 것이요, 그런 종파들이 죽을힘을 다하여 그렇게 밀고 나갈 것은 의심할 수 없다.
내년엔 총선거다. 3백만명의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이 우상문제를 앞에 놓고는 한데 뭉칠 것이요,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향배를 결정지을 것이다. <천주교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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