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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호기심에 왔다가 내 춤에 설득당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오후 10시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세계무용축제 2001의 초청을 받고 내한한 중국동포이자 성전환 무용가인 진싱(金星.34) 이 사흘 간의 '상하이 탱고' 공연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은 커튼 콜을 받고 등장한 그를 본 순간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흰색 저고리에 남색 치마를 곱게 차려 입은 진싱. 머리는 단정하게 쪽을 지어 비녀를 꽂았고, 빛깔 고운 노리개도 달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차림새에 잠시 멈칫했던 관객들은 곧이어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뢰와 같은 박수는 세번의 커튼 콜 뒤에도 계속됐다.

사연이 궁금해졌다. 프로 무용가답게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의 공연을 염두에 둔 치밀한 준비였나 싶었다. 아니었다. 한복은 마지막날인 9일만 입었다. 매스컴을 통해 진싱의 내한 소식을 알게 된 한 팬이 손수 지어준 것이었다.

세계무용축제 관계자에 따르면 한복집을 운영하는 그 팬은 공항에 그가 도착하자마자 치수를 재어 공연 마지막날 입을 수 있도록 사흘 밤낮을 꼬박 바느질을 했다고 했다. 관계자는 "고무신도 만들어 주고 싶어했는데 시간이 촉박해 안됐다며 무척 아쉬워하더라"고 전했다.

내한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의 팬클럽인 '진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회원이 국내에 5백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들 덕분인지는 몰라도 공연 첫날 좌석표가 매진됐고, 나머지 이틀은 예매율이 80%대에 이르렀다.

한복을 지어주는 열성팬까지 감안하면 '도대체 왜 □ '라는 의문을 품을 만하다. 이러한 인기를 단순히 '트랜스 젠더'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4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주 인터뷰를 했던 기자의 소감은 그가 당당하고 프로답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따라붙는 '트랜스 젠더'라는 꼬리표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눈치가 보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호기심 때문에 공연을 보러 와도 상관없다. 나는 내 춤으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은 분명 오만함이 아닌 자신감이었다. 진싱은 멋진 춤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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