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을 빛낸 선수] 두 얼굴의 '야누스', 스토이치코프(3)

중앙일보

입력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와 독일을 연이어 격파하며 파죽지세로 준결승까지 진출한 불가리아. 4강전에서 넘어야 할 장벽도 만만치 않았다. 상대는 로베르토 바죠가 버티고 있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

7만7천여 관중이 운집한 자이언츠 스타디움에서 결승 진출을 향한 막바지 접전은 시작되었다.

경기 초반은 완전히 이탈리아의 우세였다. 이탈리아의 바지오는 전반 20분과 25분 두골을 몰아넣으며 불가리아의 결승 진출 꿈을 막았다.

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던 불가리아도 이탈리아의 공격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전반 44분 이탈리아의 코스타쿠르타가 반칙으로 얻어낸 패널티킥을 스토이치코프가 실수없이 가볍게 성공시켰 1골을 만회했다. 이 골로 스토이코비치는 6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러시아의 올레그 살렌코와 함께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후반전에 한골을 만회하기 위한 불가리아의 맹추격전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탈리아 수비수의 반칙을 묵인하는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동점골을 뽑는데 실패했다. 경기 후 스토이치코프는 "불가리아의 패배는 프랑스인 주심탓이다. 저질 심판은 축구장에서 떠나야 한다."며 특유의 독설을 아끼지 않았다.

불가리아 돌풍의 신화는 비록 4강에서 멈췄지만 스토이치코프는 불가리아 출신으로는 최초로 득점왕에 등극해 '골든슈'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로 인해 스토이치코프는 불가리아의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아 대통령 이상의 유명인사 대접을 받았다. 또 불가리아의 고아를 위해 고아원을 건설하는 등 선행을 보여 그 이전까지 그를 비난해온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때문에 본인 스스로도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Janus)'에 자신을 비유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1월을 'Januarius(야누스의 달)'이라는 의미에서 'January'라고 부른다. 1월은 새로운 해의 시작과 지난 해의 끝이 맞붙어있는 달. 결국 야누스적인 모습을 가진 스토이치코프는 불가리아의 월드컵 역사상 '시작과 끝'으로 불가리아 국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기를 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94년 월드컵을 마친 후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의‘올해의 선수’에 뽑히기도 한 그는 95년 세리에 A의 명문클럽 파르마로 이적해 1년간 활약한 후 96년 다시 바르셀로나로 복귀했다. 98년에는 바르셀로나(스페인), 소피아(불가리아), 알 나시르(사우디아라비아), 가시와 레이솔(일본) 등 4개 클럽을 옮겨다니며 이해하기 어려운 축구인생의 역정을 겪었다.

이후 'EURO 2000' 5조예선 잉글랜드와의 경기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해 신대륙 미국프로축구리그(MLS) 시카고 화이어팀과 25만달러에 1년간 계약했고 현재까지 주전 스트라이커로 맹활약하고 있다.

파란만장한 축구인생의 역정속에서도 변치않았던 것은 식을줄 모르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그의 등번호 '8'. 등번호만큼은 어느 팀을 거치더라도 남에게 양보할 수 없었던 그의 강한 자존심을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는 상징 부호인 셈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선수가 등번호 '8'이라는 숫자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계 축구팬들이 생각하기에 '8'이라는 등번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를 꼽으라면 아마도 스토이치코프를 선택할 것이다.

==============================================================

[선수 소개]

흐리스토 스토이치코프(Hristo Stoitchkov)

생년월일 : 1966.8.22
출생지 : 불가리아 플로프디프
신체조건 : 178cm,73kg
포지션 : 스트라이커 & 게임메이커

주요 경력 : 1994년 미국월드컵 골든슈(득점왕,6골) 공동수상. 1994년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올해의 선수'상 수상. 1985년 불가리아 국가대표팀 발탁, A매치 84회 출장 37득점. CSKA 소피아(불가리아,총 83득점).바르셀로나(스페인,총 83득점).파르마(이탈리아,총 7득점)

주요 클럽경력 : CSKA 소피아(불가리아,1984~1990)--FC 바르셀로나(스페인,1990~1995)--파르마(이탈리아,1995~1996)--FC 바르셀로나(스페인,1996~1998,3)--CSKA 소피아(불가리아,1998.3~1998.4)--알 나시르(사우디아라비아,1998.4~1998.6)--가시와 레이솔(일본,1998.6~1999.6)--시카고 파이어(미국,2000.3~현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