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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전설처럼|선명회 어린이 합창단 귀국…그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미국과 「캐나다」에 걸치는 7개월간의 긴 연주여행에서 지난 1월31일 돌아온「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은 오는 21일 시민회관에서 가질 본사주최 공연의 준비로 눈코 뜰 새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연습시간 틈틈이 「신나는」 여행얘기로 꽃을 피운다.
그들에게 제일 인상깊었던 것은 아무래도 「어린이 천국」의 자랑인「디즈닐랜드」의 구경이었다. 「파이프」도 없는데 물이 줄줄 나오는 「이상한 수도꼭지」, 꼭 진짜같은 「인조 인디언」, 그리고 무시무시한 도깨비집, 눈 덮인 산을 달리던 「케이블·카」-10살 짜리 이경희(돈암교 4년)양은 그때마다 가슴이 울렁거려 혼났다고 하면서도 자기도 커서 이렇게 훌륭한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미국 사람들은 모두가 명랑하고 참 친절해요. 그리고 집집마다 가시철망 있는 담이 없어서 좋았어요』 정인양의 말이다. 백악관에 갔을 때 굉장히 으리으리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아담하고 누구든지 마음대로 구경할 수 있다는게 매우 신기하더라도 말하는 박조군(숭의여중1)양은 친절한 미국아저씨들이 다시 보고 싶다고. 특히 그들이 쭉 타고 다니던「버스」운전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아이오와」주의 「테크라」시가 고향인 어떤 운전사는 이들을 꼭 자기 고향에 데려가겠다고 간청, 할 수 없이 예정에도 없는 연주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테크라」시는 인구가 모두 3, 4천명밖엔 안되는데 이날 임시연주에 모인 인파는 무려 6천 여명-이웃동네까지 총 출동한 셈이다. 영어를 모르는(성경과 이름을 말할 정도) 어린이들이라 실수도 적지 않았다.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더냐는 미국인 사회자의 물음에 성경 귀절을 줄줄 낭송해서 온통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든 일도 있었다.
여러 곳을 즐겁게 다니면서도 언제나 평안하고 가고 싶은 곳은 역시 한국뿐이었다. 백화점에서 「메이드·인·코리아」의 조그만 「브로치」를 볼 때도, 「뉴요크」박람회의 한국관을 방문했을 때도, 그리고 곳곳에서 우리 교포들을 만났을 때도-수만리 이국에서 갑자기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뉴요크」의 「유엔빌딩」에 갔을 때 마당에 쭉 게양되어 있는 각 나라의 국기 속에 태극기가 빠져있어 울고 싶도록 서운했다고 한다.
인제 4백여회의 해외연주를 자랑하는 이들은 그동안 외국사람들의 마음속에 심어주었던 「코리아」-이 땅에 돌아와 그들을 키워주고 또 그들을 자랑으로 여기는 고국에서 마음껏 재주자랑을 하겠다고 열심히 노래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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