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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리뷰] '프린스 & 프린세스' 對 '아크메드왕자의 모험' (1)

중앙일보

입력

조금은 다른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볼까 합니다. 구성면에서는 어쩌면 앞전에 적어봤었던 타무라 시게루의 작품들에 대한 비교리뷰와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소개해드릴 (국내개봉후 라이센스 비디오테잎으로 이미 발매까지 되어있는) 미셀 오슬로감독의 실루엣 애니메이션인 '프린스 & 프린세스'가 여러 가지 면에서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창시자인 롯데 라이니거감독의 1926년 세계최초 장편애니메이션인 '아크메드왕자의 모험'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미셀 오슬로는 자신의 작품을 부지불식간에 롯데 라이니거에 대한 오마주로 만들었을런지도 모릅니다.

애니메이션 컬럼니스트인 김준양님의 이곳 죠인스닷컴에 실린 컬럼를 통하여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이 PAL방식의 VHS테잎으로 발매되었음을 알게되었고, 또 이용철님(mydvdlist에서 ibuti라는 아이디로 고정컬럼을 쓰고계신)의 소식으로 이 작품이 DVD로도 발매되어 있음을 확인한뒤, 그 뒤에 입수된 '프린스 & 프린세스' DVD와 비교감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책에 수록된 몇몇 그림의 형태로만 접할수 있었던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을 미디어의 형태로 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전혀 기대치 않았던 경험이었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벰파이어 헌터 D와 함께 가장먼저 매진된 작품들중의 하나였었던 '프린스 & 프린세스'의 화려한 색감을 DVD로 찬찬히 볼 수 있었던 것도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작품을 번갈아 보면서 저에겐 쓸데없는 고민이 한가지 생겼습니다. 과연 '두작품중에서 어느것이 더 나은가' 하는 것이죠. 애니메이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이 두 작품을 보고난 뒤에 판단을 한다면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쪽에 주저없이 손을 들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러하였습니다. 그런데 두세 번을 반복하여 보면서 의문이 생겼습니다. '과연 나의 판단이 옳은 것인가?'라는 것이죠.

장이모감독의 영화 '인생'을 기억하십니까? 거기서 주인공 부귀는 그림자연극을 통하여 여러번 목숨도 건지고 또한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실루엣 애니메이션은 이러한 그림자연극과 같은 효과를 연출합니다. 기본적으로 절지(컷어웨이) 애니메이션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이는 아랫쪽 (뒷쪽)에서 비춘 빛으로 절지된 그림들의 실루엣효과를 얻는다는 것 뿐이죠. 절지그림들이 굳이 검은색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롯데 라이니거는 반대의 방식으로 배경은 검은색, 절지그림들은 흰색으로 작품을 표현하기도 하였습니다.


'프린스 & 프린세스'의 메뉴화면입니다. 서플이 비교적 풍성한 편입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에피소드인 '잔인한 여왕'과 '프린스 & 프린세스'의 편집되지 않은 프롤로그가 있으며 실루엣 애니메이션의 제작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영화 '프린스 & 프린세스'의 드로잉등과 함께 제작방법이 있으며 감독과의 인터뷰, 극장예고편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본편에는 영어서브타이틀이 제공되나 서플에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영화를 제대로 시청하였는지에 관한 퀴즈도 있습니다.(비록 불어로 진행되지만 문제를 맞추는 것이 그리 어렵진 않습니다.)


저주의 마법에 걸린 공주가 동상의 형태로 꼼짝도 못하고 있습니다. 공주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공주와 공주를 지키고 있는 괴물아래의 그림이 말해주고 있듯이 111개의 다이아몬드를 모래시계의 시간이 다 되기전에 찾아서 목걸이로 만들어 공주에게 걸어주면 됩니다. (다이아몬드 한개는 공주에게 걸어주기 전, 괴물에게 먹이로 던져주는 것을 잊어 버려선 안됩니다) 제시간에 다이아몬드를 다 찾지 못한 한 왕자는 우측의 그림처럼 개미로 변해갑니다.


배경색의 변화를 느끼셨습니까? 공주가 등장하면 화면은 홍조를 띕니다. 공주가 땅속으로 사라지면 다시금 배경은 푸른색으로 돌아오죠. 감독은 '프린스 & 프린세스'에서 밤을 푸른색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동료왕자를 잃어 버린 또 한명의 왕자는 고민합니다. 자신이 시도하더라도 공주를 구출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몇 번의 머뭇거림끝에 왕자는 다이아몬드 한 개를 집어듭니다. 그리고 나타난 공주에게 이야기하죠. '당신을 다시보고 싶어서, 자유롭게 하고싶어 다이아몬드를 집어어요.'

하지만 일단 다이아몬드 한개를 집어든 이상, 선택은 두가지밖에 없습니다. 개미로 변하던지, 공주를 구출하던지.


왕자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겠지만, 자신의 도움으로 살아난 개미들의 도움으로 왕자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제시간에 만들어 공주에게 걸어주게 됩니다. 누가 도와주면 개미로 변한다고 공주가 경고하지 않았었냐고 딴지는 걸지마세요. 공주는 또 다른 '왕자'가 도와주면 안된다고 하였지, 이미 개미로 변한 왕자들도 도와주면 안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으니깐요.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받은 에피소드였습니다.


무화과나무 한그루밖에 가진 것이 없는 소년은 자신의 무화과나무로 언젠가는 여왕을 만날 수 있을꺼라 믿습니다. 나무 위에서 자고 있는 소년은 여왕의 꿈을 꾸고 밤하늘의 별들은 여왕의 실루엣을 수놓고 있습니다.

이번엔 세명의 화자들이 4천년전 핫셉수트 여왕의 통치시절 이집트로 내려가 이야기를 꾸밉니다.


이집트에도 사계절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이집트의 겨울에도 무화과 열매는 열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무화과나무에 여러개의 열매가 열려있음을 발견하고 그중에서 잘 익은 열매 하나를 여왕에게 받칩니다.

마치 이집트 상형문자를 보는 듯한 이 그림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이집트문화와 실루엣 애니메이션은 대단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겨울에 난 무화과를 여왕에게 바친 소년은 그 대가로 금화와 동전들을 받게됩니다. 다음날에도 한 개의 무화과를 바친 소년은 금주전자와 설화석고그릇 그리고 호박금쟁반을 선물로 받게 되죠. 무화과열매 한 개에 너무 과한 대가가 아니냐구요?

여러분들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답니다.


소 30마리를 대가로 받고선 귀가하는 소년. 하지만 다음날은 조금 이상한 것을 여왕으로부터 받게되죠. 그 사건을 계기로 소년은 여왕을 평생동안 곁에 모시게되는데, 내무장관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궁금하신분들은 국내에 출시된 비디오테잎을 한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리 길지도 않은 러닝타임으로 보통영화보는 시간에 두 번은 찬찬히 볼실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중세입니다. 한 나라에 난공불락의 요새안에 여자마법사가 홀로 있습니다. 왕은 마법사를 무찌르는 자에게 자신의 딸을 주겠노라고 공표하기에 이릅니다. 각국의 왕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마법사의 성을 함락시키기 위하여 애를 씁니다. 성문을 정면돌파 해 볼려고 하기도 하고, 대포로 함락시킬려고도 하며, 성벽위로 진입하려고도 하고 불태워 버릴려고도 하지만, 모두들 성공치 못하고 많은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됩니다.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우리의 주인공 (그는 왕자도 아니며 일개 평민일 뿐입니다)은 자신의 차례가 되었음을 알고선 성문으로 다가갑니다. 그가 요새로 들어간 방법은 무력이 아닌, 요새의 성주인 마법사로부터 출입허가를 얻는 것이었습니다.


마법사는 청년에게 성안의 구석구석을 구경시켜 줍니다. 여러나라로부터 구해진 수많은 소장도서 (지식). 갖가지 기계들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방 (예술과 기술), 그리고 정원과 아름다운 호수 (미). 청년은 마법사가 밖에서 생각하던 무섭고 잔인한 마녀가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여자마법사'는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에피소드입니다. 여러 가지 공격에 대처하는 요새의 매커니즘도 기발하지만, 이야기의 진행이나 결말도 모두 기발하기 때문입니다.

공주와 결혼자격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마법사와의 결혼을 선택합니다.


여섯편의 에피소드중에서 영화제목인 '프린스 & 프린세스'와는 전혀 상관없는 유일한 에피소드입니다. 이 에피소드를 제외하고는 모든 에피소드에서 적어도 한명의 프린스 혹은 프린세스 (적어도 여왕)는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에피소드가 포함된 이유는 감독이 19세기 일본의 화가 가츠시카 호쿠사이를 흠모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노파의 망토'는 여섯편의 에피소드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서양의 애니메이션이 일본의 동양미술과도 이렇게 잘 어울릴 수도 있군요.


미망인 오이코의 아름다운 망토를 강탈키위하여 도둑은 선심을 쓰는 것처럼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고하며 자신의 등에 업힙니다. 하지만 외진곳에 와선 망토를 내놓으라고 하죠. 오이코는 천일야화에서 신밧드와 함께 등장하는 노인과 비견될 만한 다리로 가위조르기와 팔로 목조르기를 시도합니다. 건장한 도둑은 꼼짝없이 노파의 지시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오이코는 자신의 집에 바로 가기보단 하룻밤사이에 여러곳을 둘러보고자 합니다. 우선은 기암괴석과 강과 어울려 절경을 이루는 이노 마츠바라에 도착합니다.


다음코스로 우리나라의 성산 일출봉정도에 해당하는 듯한 우콘노바바로 향합니다. 좌측은 실제 호쿠사이가 그린그림이며 우측은 영화중의 한 프레임입니다.


이번은 키리후리 폭포입니다. 마찬가지로 좌측은 호쿠사이의 그림이며 우측은 영화중의 한 프레임입니다. 오이코는 여기서 하이쿠 한수를 여유있게 읊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파는 후지산으로 도둑을 재촉합니다. 먼동이 터오는 후지산. 도둑은 노파를 위하여 밤새도록 걸었던 것이죠.


마침내 오이코노파의 집에 도착한 도둑. 도둑에겐 잊지 못할 밤이 되었겠지만, 노파는 자신의 망토를 절경을 보게해준 대가로 도둑에게 줍니다.

이 에피소드가 주는 교훈은 '도둑질을 하지말자' 입니다. (^^;)


에피소드중 유일하게 미래싯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림형제의 동화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겠다고 합니다. 서기 3천년의 어느나라. 파뷸로 조련사는 아름다운 노랠 부르는 파뷸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왕에게 자신의 파뷸로를 그냥 주겠다고 제의합니다. 그 제의의 의미는 바로 여왕의 술래잡기 게임에 참가하겠다는 것이었죠. 완전한 일몰이 되기까지 여왕의 메가-레이더에 잡히지 않고 살아남으면 여왕과 결혼할 수 있습니다. 여왕은 조련사의 제의를 측은하게 생각하지만 조련사의 파뷸로를 접수합니다. 이제까지 여왕의 술래잡기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었으며 이미 196명이 희생되었기 때문이죠.


잠시동안 파뷸로의 노래를 감상한 뒤 여왕은 메가-레이더를 이용한 살인 숨박꼭질 게임을 시작합니다. 잔인한 여왕은 '키리쿠와 마녀'에서의 카라바를 닮았네요. 그러고 보니 전체적인 이야기가 '키리쿠와 마녀'를 닮았습니다.


메가-레이더는 게임의 참가자가 살아있는 한 모두 탐지가 가능하며 엑스레이처럼 투과를 하기까지 합니다. 바다속 고래 뱃속에 있는 잠수함에 탑승한 게임참가자도 메가-레이터의 광선으로부터 살아남질 못합니다.


재미있는 상상력입니다. 여왕은 구름속에 숨어있는 비행선을 찾아내지만 비행선안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투과를 하니 의자와 같은 형태로 그 속에 숨어있는 사람을 찾아냅니다.


199번째 희생자는 군중속에 숨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메가-레이더는 수많은 군중속에서도 게임참가자를 바로 찾아냅니다. 그런데, 200번째 희생자가 될 파뷸로 조련사는 해가 넘어가는데에도 찾으낼수가 없네요. 여왕이 진 것일까요?


여왕이 졌습니다. 하지만 여왕의 이야기를 듣자니 조련사도 결코 이긴 것 같진 않네요. 그런데 끝장면을 보니 두 사람 모두 이겼네요. 파뷸로 조련사는 어떻게 살아남아 여왕의 마음을 얻게된 것일까요?


극장주변의 건물에도 어느듯 켜져있는 불빛이 하나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남겨진 이야기도 하나밖에 없음을 의미한답니다.

왕자가 공주에게 키스하자고 애원을 합니다. 키스를 해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키스하자마자 왕자가 사라져 버렸네요. 왕자는 공주의 시선아래에 있는 개구리가 되어 버렸습니다. 개구리가 공주의 입맞춤으로 왕자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되어 버렸네요. 개구리왕자는 억지로 공주의 입을 훔치지만 덕택에 공주역시 달팽이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이들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하여 수많은 키스를 반복하게 되죠. 사랑을 위한 키스가 아니라 원래의 모습을 찾기위한 키스.


영화의 절반인 에피소드3 '여자 마법사'가 끝난뒤, 잠시 옆사람과 떠들수 있는 1분을 감독은 친절하게도 제공합니다. 부엉이의 머리가 두바퀴를 돌게되면 에피소드4가 시작되죠. 중간에 인터미션을 제공하는 영화가 몇편이 있긴하지만 인터미션이 있는 영화중에선 가장 짧은 영화가 아닌가 합니다.

■ DVD사양
상영시간: 64분
지역코드: 2번 (PAL방식)
화 면 비: 1.66:1
더빙언어: 불어 2.0
서브타이틀: 영어, 불어
서플먼트
- 무편집 프롤로그 (에피소드 5, 에피소드6)
- 영화 예고편
- 실루엣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소개
- 영화 '프린스 & 프린세스' 제작방식 소개
- 퀴즈
- 감독인터뷰
- 감독 필모그래프

비교소개작품인 롯데 라이니거의 실루엣 애니메이션 '아크메드왕자의 모험'에 들어가기전에 여러분들도 '프린스 & 프린세스'의 에피소드들중 어느작품이 가장 좋은지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으시렵니까?

■ [DVD리뷰] '프린스 & 프린세스' 對 '아크메드왕자의 모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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