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D-백스, 먼저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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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첫해 '가을의 전설'은 과연 누구를 잊혀지지 않는 신화로 만들 것인가.

메이저리그 챔피언반지의 주인공을 가리는 첫 계단인 디비전 시리즈가 10일(한국시간)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경기를 시작으로 개막됐다.

1990년대 중반 '코리안 특급'박찬호(LA 다저스)의 등장 이후 친숙하게 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올해 '핵잠수함'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한국인으로 첫 출전 기회를 잡게 돼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첫날부터 디비전 시리즈는 예상을 깨는 파란을 연출하며 전세계 야구팬들의 가슴을 날카롭게 침공했다.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0으로 앞선 다이아몬드백스의 8회말 공격 2사 1,2루.

카디널스는 다이아몬드백스 8번타자 데미안 밀러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는 기발한 작전을 펼쳤다.

8회까지 산발 3안타로 호투하던 선발투수 커트 실링을 9번 타자로 그대로 쓸 것인가, 아니면 대타를 내세울 것인가의 선택권을 던져준 것이다. 누구나 대타를 써서 경기를 끝내고 싶은 욕심이 드는 순간이었으나 밥 브렌리 감독은 냉정하게 '지키는 야구'를 선택했다. 비록 실링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추가점을 얻진 못했으나 9회초 카디널스 세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감독의 신뢰에 화답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다이아몬드백스는 선발투수 실링의 완봉 역투에 힘입어 카디널스를 1-0으로 제압하고 디비전 시리즈 첫판을 따냈다.

한국팬들로선 김병현(22)이 등판하지 않아 아쉬웠으나 실링의 투구는 완벽했다. 실링(35)과 카디널스의 선발 매트 모리스(27)는 올시즌 나란히 메이저리그 최다승(22승)을 거뒀다.

둘다 시속 1백50㎞대의 강속구와 빼어난 제구력으로 살얼음을 걷는 듯한 투수전을 펼쳤으나 노련미에서 실링이 한수 위였다.

◇ 애틀랜타 브레이브스-휴스턴 애스트로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승률 1위이자 중부지구 1위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경기에선 브레이브스의 뒷심이 끈끈했다.

브레이브스는 2-3으로 패색이 짙던 8회초 동점을 만든 뒤 이어 1사 1,2루에서 치퍼 존스의 3점 홈런에 힘입어 7-4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90년대 팀'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렸다.

그레그 매덕스.톰 글래빈과 함께 '선발 투수 3인방'을 이루던 존 스몰츠는 8회부터 등판,2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내며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시애틀 매리너스

아메리칸리그에선 올시즌 '불패 신화'를 자랑하던 시애틀 매리너스가 최약체로 평가되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0-5로 완봉패를 당하는 이변을 낳았다.

인디언스는 선발 바톨로 콜론이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공격에선 4회초 5안타를 몰아치는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거함 매리너스를 침몰시키고 단숨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매리너스의 스즈키 이치로는 4타수 3안타로 활약했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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