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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디트·네루」 여사 회견담|한·인 관계는 낙관|「뉴델리」=김영희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고 「네루」수상의 누이이며 현 수상인 「인디라·간디」여사의 고모인 인도의 여걸 「판디트·네루」 여사는 자기는 한국과 인도의 관계에 대해서 낙관한다고 말했다. 「인디안·간디」 여사가 수상에 선출된 후 세상의 관심이 인도의 앞으로의 외교 노선이 얼마만큼 모습을 달리할 것인가에 쏠리고 있을 때 기자는 지난달 영국 주재 고위 판무관을 지낸 외교의 「베테랑」으로서 「인디라·간디」 여사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판디트·네루」 여사를 찾아가 한시간 40분 동안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다.
「판디트」 여사는 「인디라·간디」 수상의 노선도 고「네루」·「샤스트리」 수상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한·인 관계에 대해서는 두 나라는 조금만 노력하면 서로 제휴 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판디트」 여사는 인도 국민들이 한국 국민들과 똑같이 중공에 대해서 굉장한 적개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판디트」 여사는 이 발언을 할 때 스스로 조심하는 기색을 보였다. 한국은 중공의 생리를 알고 중공을 다룰 줄 안다고 생각하는데 인도와 어떤 공동 전선을 펼 가능성 같은 것은 없을까고 짚어봤다. 물론 그것은 군사 동맹 같은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라고 미리 못을 박았다. 「판디트」 여사의 답변은 재치 있는 한마디였다. 『적대 행위를 바탕으로 한 동맹은 망하고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한 동맹만이 성공하는 법』이라는 것이다. 무슨 원칙론인가 싶었지만 「판디트」 여사는 『우선 중공·「파키스탄」 동맹 관계를 보라』고 재빨리 덧붙였다. 인도에 대한 공동 전선을 바탕으로 한 중공·「파키스탄」의 동맹에 대한 신랄한 일격이었다.
-「타슈켄트」 선언의 성립으로 특히 중공·「파키스탄」의 동맹 관계가 치명상을 받을 것으로 보십니까?』
-우리는 제발 그렇게 되길 바란다오.』
주저 없는 대답이다. 현재 하원 의원이기도한 「판디트」 여사는 이번 「인디라·간디」 내각에 외상으로 입각하려 그 운동을 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판디트」 여사는 「인디라·간디」 수상의 가장 가까운 측근자로서 특히 외교 문제에 적지 않은 발언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고 보는 「업저버」들도 적지 않다. 어쩌면 멀지않아 직접 외교상의 어떤 직책을 맡거나 수상의 활발한 외교 고문이 될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있다.
-『「인디라·간디」 여사가 좌파라는 점에서 서방측에서는 일종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약간 좌파인게 사실이지만 외교 노선에 있어서 「밸런스」는 맞출거예요.』
-『그 「밸런스」란?』-『가령 소련이면 소련, 미국이면 미국 일변도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죠. 좌건 우건 이 나라의 수상은 이 나라의 이익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면서 국제적인 긴장 완화에 이바지해야하는 거니까….』
이 말끝에 「판디트」 여사는 인도는 미국이 인도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여건 아래서도 잊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회 경제 정책에 있어 「인디라·간디」 수상의 노선은 영국 노동당 우파의 노선에 가까울 거라고 하는데?』
-『결국 샤스트리」씨고 「인디라·간디」 수상이고 좀 이론적으로 말해서 「프라그마티·소시얼리스트」 (실용주의적인 사회주의자)라 하겠어요. 그러나 서로 다른 점은 「샤스트리」씨가 「프라그마티즘」에 조금 더 철저했다면 「인디라·간디」 수상은 「소시얼리즘」에 보다 충실하다고 할는지….』
그러나 「판디트」 여사는 그런 것은 굳이 이론적인 설명을 붙이자면 그렇다는 것 일뿐이지 「캐슈미르」다, 인도·중공 분쟁이다, 식량 위기·언론 파동이 다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부닥쳐서는 「리얼리즘」에 충실할 줄 아는게 자기가 아는 「인디라·간디」 여사라고 주장했다. 우아한 은발에 철저한 귀부인 모습인 「판디트」 여사는 정원에서 석양의 잔광을 받으면서 「카메라」 앞에 설 때는 「더욱 아름다우려고」 (여사 자신의 표현) 새색시 같은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소녀 같은 모습으로 고쳐보기도 했다.
-『「네루」가는 동시대에 두 사람의 수상과 두 사람의 여걸을 배출했는데, 그 가정 교육에 무슨 비법이…?』
-『「네루」가의 어린이들은 항상 평범하게 자라요. 다만 일찍부터 정치적인 분위기 속에 자라기 때문에 정치적인 식견이 발달되는 것뿐이죠.』 이때 밖에서 놀던 「판디트」 여사의 열한살짜리 손녀가 불쑥 들어 왔다. 「판디트」 여사의 말대로 「프랑스」의 상류 가정의 자녀들 같은 그런 거등은 그림자도 없이 그저 「평범」한 소녀였다. 그러나 「판디트」 여사는 「인디라·간디」 여사가 수상에 선출되었을 때 기자에게 한 말이 있다. 『나는 수상의 누이였고 지금은 수상의 고모-꼭 수상의 할머니가 되고 말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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