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읽기] 상담원이 무뚝뚝했다면 당신은 불량고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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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카드 회원이 청구서를 못받아 이번 달 결제대금이 궁금하거나, 이용한도가 어떻게 조정됐는지 궁금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경우 카드사의 고객관계관리(CRM)센터나 카드사마다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콜(CALL)센터로 전화를 걸어 문의하면 됩니다.

회원이 1588-××××, 1544-×××× 등 카드사의 지정된 상담 전화를 걸면 자동응답 메시지가 나옵니다. 열여섯 자리의 카드회원번호나 주민등록번호를 누르고 원하는 상담 내용에 해당하는 번호를 누르면 상담원이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원의 컴퓨터 화면에는 회원의 이름.주소 등 개인 신상과 이용대금.연체금액 등 모든 정보가 뜨고, 상담원은 전화를 건 회원을 직접 대면하면서 말하듯 상담에 응합니다.

그런데 혹시 상담원과 통화하기 전에 "통화량이 많으니 잠시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를 자주 받거나, 상담 중에 "이 상담원이 나한테 별로 친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자신의 카드 사용 행태 등을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해 카드사들은 전화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고객들을 철저히 차별하고 있습니다. 회원이라고 해서 똑같이 대접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최우수 회원부터 우수회원.보통회원.불량회원 등으로 등급을 매겨 전화상담 때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A카드사의 경우 이용실적과 연체여부 등을 기초로 고객을 5개 등급으로 분류, 최우수 고객의 경우 CRM센터로 전화를 걸면 통화 대기 시간 없이 거의 즉시 연결됩니다.

자동 교환기계가 친절도와 언어구사능력 등을 고려해 3등급으로 분류한 상담원 중 가장 친절한 1등급 상담원과 연결해줍니다.

반면 연체가 많거나 사용실적이 낮을수록 통화대기시간은 상대적으로 길어집니다. 또 상대적으로 덜 친절한 상담원과 연결됩니다.

카드사의 이런 대우에 불만이 있더라도 전화로 욕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면 은밀하게 더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일부 카드사는 상담내용을 필요한 부분만 녹취하지만 상당수 카드사는 통화 내용을 전부 녹취합니다. 녹취에 대해 카드사 관계자는 "상담원들의 친절도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돌출적인 발언을 하게 되면 상담원이 통화 후에 전화를 건 회원의 신상정보 상에 '까다로운 고객''억지쓰는 회원'으로 올립니다.

다음에 전화를 걸 경우 다른 상담원은 그런 상담 기록을 들여다 보면서 상담에 응하므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볼 수도 있는 겁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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