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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폭 재개와 월남평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어제 상오 37일 만에 북폭을 재개하였다.
지난 「크리스머스」 휴전이래 인내를 가지고 전개하여온 일련의 평화공세에 대한 공산 측의 부정적 반응을 두고 연일 그의 고위보좌관들과 긴장된 분위기에서 숙의를 거듭해왔던 「존슨」 미대통령은 마침내 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베풀어온 화평 노력은 교황 「바오로」6세도 그것이 진정한 것이었다고 평가하면서 『만약 공산 측이 명예로운 협상을 거부한다면 매우 중대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은 작보한 바와 같다.
그러던 중 공산월맹이 지난 1월 29일에 공표 한 바에 의하면 그들은 24일자로 중공이나 소련에 보낸 「메시지」속에서 한결같이 미군의 완전 및 전면적 철수와 「베트콩」의 지위인정을 요구하고 나섰을 뿐 아니라 원조증가까지도 요청하였던 것이다.
외신이 전하는 바로는 이와 같은 공산월맹의 「결정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게 되자 「존슨」대통령은 부득이 북폭 재개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물론 그밖에도 미국의 그러한 결심을 촉구시킨 것으로는 첫째 주 월 일선미군에 대한 보급을 확보해야할 필요와, 둘째 「하노이」 당국자들이 월남에서의 미국 의도와 결의에 관해 「큰 오산」을 할지 모른다는 가능성 등이 열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러스크」 미 국무장관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박진하게 미 행정부결심을 촉구시킨 요인은 그간의 북폭 중지가 월맹에 있어서는 군사적 재정비의 적절한 시간이 되었었는데 반해 미국에 있어서는 그것이 오히려 군사적 손실을 의미하는데 불과하였다는 것에 있었을 것이다. 공산 월맹이 한층 새로운 군비증강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방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급기야 미국의 단은 내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긴 하지만 이번의 북폭 재개는 세계를 향해 어느 모로나 큰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이 북폭 재개와 때를 같이하여 월남문제를 처음으로 「유엔」에서 적절히 처리할 있도록 안보리소집을 요청하였지만 「유엔」의 많은 회원국들은 경악을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내에 있어서까지 공산 월맹에 대한 북폭 재개는 비록 갈라져있는 여론이긴 하지만, 어떤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미국의 북폭 재개결의가 잡혀진 뒤에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교황의 중재제의가 묵살된 듯한 인상을 던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한 우려는 번져진 듯 하다. 하나 미국에 의한 북폭 재개의 의도가 중공과의 결전을 목표로 한 첫 단계가 아닌가 하는 미 국민의 여론을 안심시키기 위해 「존슨」대통령이 31일 직접 「텔레비젼」앞에 나섰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거나, 또 그가 「유엔」 안보리에 내놓을 보고서와 결의안에서 교황 「바오로」6세의 새로운 평화호소정신에 호응하고 있는 점등으로 보아 그러한 우려는 일단 기우로 돌려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이번의 북폭 재개가 안으로는 「존슨」행정부에 대한 가장 큰 정치적 시련이 될 것이요, 밖으로는 모든 국제사회성원의 예리한 주시를 받고있는 중대문제가 되고있음에 비추어 「존슨」대통령과 그의 행정부가 궁극적인 화전의 선택에 총명을 다해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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