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보복전쟁]국내주식시장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테러보복공격이 드디어 8일 새벽(한국시간)감행됨에 따라 전세계 주식시장이 다시 전쟁 공포속에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단 테러사태가 처음 발생했을 때처럼 극단적인 충격을 몰고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가장 충격적인 양상으로 전개된 테러사태와는 달리 충분히 준비된 시점에서 보복공격이 현실화됐다는 점 때문이다.

보복공격이 단행되기까지 1개월 가까운 상당한 시간이 흘러가면서 `전쟁공포감'이 어느정도 희석됐다는 점은 오히려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복공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와 어떤 수위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증시에 미칠 파장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장기화되면 지난 걸프전 때와 유사할 듯 미국의 보복공격이 단순히 아프가니스탄에 은거한 테러범 오사마 빈 라덴을 잡거나 죽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볼 때 이번 공습이 일회성에 그치지 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지난 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크 침공에서 비롯된 걸프전과 같은 장기적인 파장이 예상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연구원은 '미국의 보복공경은 미국증시는 물론 전세계 증시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보복공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걸프전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증시가 안정되기까지 2-3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성 연구원은 특히 '현재 시점은 걸프전 당시보다 불리한 여건들이 상존하고 있다'면서 '아프간 이외의 중동지역으로 전쟁이 확산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증시는 개장이후 큰폭의 하락이후 지속적인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공격 대상 국가가 아직 불분명하다는 점과 보복전쟁의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과거 걸프전 당시보다 하락폭과 조정시간이 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가와 환율 등 대외변수들이 증시안정에 직접적인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증시의 불안정은 곧바로 세계 증시의 흔들림으로 연결될 것은 물론이다. 지난 테러사태 당시에도 일본은 물론 영국, 독일, 홍콩, 싱가포르, 대만, 호주 등 전세계 증시는 붕락사태를 면치 못했다.

특히 한국증시는 전세계 증시중에서도 `미국바람'을 가장 심하게 타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전개될 경우 국내증시는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의 보복공격에 맞서 또다른 테러사태가 일어날 경우 전세계 증시의 충격과 함께 국내증시도 또한차례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기전에 그칠 경우 호재로 작용할 수도 보복공격이 단기에 끝날 경우 불확실성 해소와 새로운 수요촉발이라는 측면에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충분히 예견된 사태지만 보복공격이 일단 시작됨에 따라 초기에는 당연히 투자심리가 위축돼 시장이 흔들리겠지만 사태가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확신이 퍼지게 되면 오히려 안정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 조덕현 연구원은 '최근 주가의 흐름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를 미리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수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도 '일단 전쟁 자체는 분명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미 미국이 이긴 전쟁으로 인식되는 이번 사태가 단기에 끝날 경우 증시에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미국의 향후 대응에 달려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그동안 최악의 상황을 감안한 투자자들의 선반영 심리가 충분히 시장에 영향을 준 만큼 8일 새벽 보복공습개시로 실제 전쟁이 터졌다 하더라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조기에 단행되리라는 보복공격이 상당히 늦춰지면서 전쟁공포감이 충분히 희석됐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가능케 한다.

미래에셋증권 박만순 이사는 '이번 보복공격 개시가 증시의 하락을 가속화하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국내 증시는 단기간 급락하는 최악의 전쟁시나리오를 선반영했기 때문에 10월 증시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거래소에 비해 코스닥의 전망이 더 어둡다 전쟁이 어떤 형태로 진행되든 국내 증시는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전쟁의 충격이 거래소에 비해 코스닥시장에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코스닥시장은 미 테러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달 12일 이후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코스닥시장 안정화방안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부양에 나섰지만 실제 테러보복공격이 시작된 만큼 약효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코스닥이 거래소시장보다 더 큰 충격을 입는 것은 태생적인 한계에서 비롯된다.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선물거래가 미미해 현물시장에 대한 안전판 역할을 거의 못하고 있으며, 코스닥의 대표주자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근 극심한 불황의 와중에 테러쇼크를 당했다는 점 등이 충격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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