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철인 칼 립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칼 립켄 주니어(41.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메이저리그 연속경기 최다출장기록 보유자인 칼 립켄은 7일(한국시간)은 볼티모어의 캠든야즈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21년간 정들었던그라운드에서 영원한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버드 셀리그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볼티모어 출신으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짐 팔머, 프랭크 로빈슨, 얼 위버 등 왕년의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철인'의 퇴장을 지켜봤다.

이날 립켄은 3차례 타석에 나서 아쉽게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홈팬들의끊임없는 박수갈채속에 모자를 높이 들고 작별을 고했다.

립켄은 경기 뒤 관중들에게 "내 하나의 꿈은 오늘로써 막을 내리게 됐지만 나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머리에 흰 머리카락은 늘어나겠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을잃지 않겠으며 내가 배운 것들이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고 은퇴 소감을 말했다.

81년 데뷔이후 21년동안 볼티모어에서만 활약한 칼 립켄은 성실하고 근면한 생활자세, 겸허하고 책임감있는 행동으로 미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맨. 립켄은 82년부터 98년까지 2천632경기에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연속출장해 `불멸의 기록'으로 평가되는 연속출장 신기록을 수립했고 8천243이닝동안 연속이닝 최다출장기록도 보유중이다.

선수생활 대부분을 수비부담이 가장 많은 유격수로 뛰면서 메이저리그 역사상 7명뿐인 3천안타-400홈런을 돌파했으며 2차례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통산 18차례나 올스타로 선정된 립켄은 4차례 올스타 MVP로 뽑혔고 유격수 부분에서 345홈런을 날려 포지션 최다홈런 보유자이기도 하다.

98년 스스로 연속경기 출장기록을 중단한 뒤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올시즌 타율이 0.239, 14홈런, 68타점에 그치자 명예로운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립켄은 당초 1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테러사태로 인해 시즌이 중단돼 미뤄졌었다.

이날 경기의 입장권은 라디오 경매 등을 통해 최고 1천달러 이상까지 치솟았으며 캠든야즈를 가득 메운 팬들은 경기 전.후로 열린 립켄의 은퇴식에서 이별을 아쉬워했다.

클린턴 전 미대통령은 "립켄은 미국의 모든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들들이 보고배우기를 희망하는 이상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립켄이 21년동안 달았던 등번호 8번은 이제 볼티모어에서는 그 누구도 달수 없는 영구결번으로 공시돼 외야 스탠드 상단에 걸렸으며 립켄은 고향인 메릴랜드주 애버딘에 어린이 야구장을 지어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할 예정이다. (볼티모어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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