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만 관객 '조폭마누라'제작한 서세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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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나 칭기즈칸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세상을 정복했던 그들과 친구가 된 기분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도 못할 겁니다. "

개그맨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서세원(45)씨는 요즘 시쳇말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다. 그가 제작비 전액(34억원)을 투자한 영화 '조폭 마누라' 가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 지난달 28일 개봉한 '조폭 마누라' 는 7일까지 전국 관객 2백40만명을 동원했다. 초고속 흥행이다. 지금까지만 따지면 올 최대 성공작인 '친구' (8백14만명)가 부럽지 않다.

그는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 사람들이 마대 자루에 돈을 넣어주는 것 같다" 며 벌어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략 계산해도 하루 7억~8억원의 순익이 떨어진다는 것. 1986년 '납자루떼' 를 연출했다가 실패한 지 15년만의 쾌거다.

"시사회 한달 전까지도 아내(서정희)에게 제작 사실을 숨겼어요. 급한 일이 생겼으니 돈좀 빌려달라고까지 했죠. 이번에도 주저앉았다면 아마 집에서 쫓겨났을 겁니다"

그는 '납자루떼' 의 부진으로 폭삭 망한 것처럼 소문났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럭저럭 본전은 건졌다는 것. 다만 코미디가 주업인 그가 공연스레 무게가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가 낭패를 본 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영화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방송에 주력하면서도 항상 영화계 주변을 기웃거렸어요. 돈도 웬만큼 쌓이고 해서 용단을 내렸는데, 이토록 성공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하면서 제 모든 것을 건 영화였거든요"

서씨는 11, 12월 연달아 새 작품의 제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코미디 분야를 특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다 다시 감독을 맡는 것 아니냐" 는 질문에 "해야죠. 시나리오를 여러편 준비해왔습니다. 돈을 벌었으니 또 사고를 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라며 여유를 부렸다.

조폭 영화의 범람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영화는 대중이 결정한다. 평론가의 것이 아니다. 오락영화를 너무 무겁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 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영화가 막을 내려도 좋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만 나온다" 는 그는 "영화로 번 돈은 반드시 영화에 재투자하겠다" 며 인터뷰 내내 행복해했다.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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