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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한인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언·플레밍」의 007「시리즈]속에 「골드·핑거」라는 것이 있다. 「골드·핑거」는 「제임즈·본드」의 적수인 국제 음모 단의 소두목인데 그 밑에 일곱 사람의 졸도가 있다. 잡역부 정도로 번역해야할「오드·조브」라는 기괴한 이름을 가진 녀석을 왕초로 하는 그 일곱명의 졸도가 모조리 한국인으로 되어 있어서 이채롭다.
장안은 물론 소련을 포함한 온 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007「붐」에 우리 동포가 역을 맡아 나섰대서 좋아 할 일이 못 된다. 그들이 정의한 「본드」를 괴롭히는 흉악범으로 등장한다는 것도 있지만「골드·핑거」전편을 통해서 그려져 있는 한국인의 모습이 너무나도 추악하기 때문이다. 그 왕초「오드·조브」는 이른바 당수의 명수, 손이며 발은 하도 많이 치고 차고 받고 해서 벽돌모양이 되어있고 머리에 앉힌「실크햇]의 가장자리는 예리한 칼날과 같아서 그놈을 사람 목을 향해서 집어던지면, 삽시간에 목이 잘려 떨어지는 판이다.
읽고있으면, 슐그머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드·조브」와 졸개들의 흉악과 험상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한국인 일반의 성격에 대한 혹평으로 번져 가기 때문이다. 마침내는 「오드·조브」의 동족들은 고래로 잔악해서 일인들한테서 2차 대전 자인????들을 학대하는 악역을 맡았던 것이 바로 한국인들이었다는 대목까지 나온다.
성급한 친구가 있어서 007저자를 보안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느니, 007을 금지해야 한다고 떠들어 댈까봐 미리 밝혀 두지만 「플레밍」은 작년에 죽었고 007소설이니까, 우리가 읽어서 분하고 안타까울 따름이지 강경책을 쓸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 보단 오히려 반생의 자료로 삼음직 하다. 과거에 우리를 헐뜯고, 얕보고, 숭상한 것은 반드시 일인들 뿐만은 아니라는 것과 우리가 흠 잡힐 데가 하나도 없는 성족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민족의 우수성과 인력 수출이라는 먹음직한 밥에 재를 뿌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민이며, 기술자파견에 사기한·횡령배가 날뛰고, 규격과는 아랑 곳 없는 폐물을 외국에 팔아 먹 다가 나라얼굴에 똥칠을 하는 악한들이 없지 않다. 거리엔「오드·조브」류의 깡패와 폭력배가 없지 않다. 007을 데려다 이런 나라안의 망국 배부터 퇴치하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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