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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화분 속에 담긴 아이의 꿈

중앙일보

입력

화초가 작은 그릇에 담겨져 있는 '화분'. 이건 사람들이 만들어낸 특이한 식물 재배의 형태일 거예요. 원래 꽃들이나 나무는 작은 그릇이 아니라 드넓은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왔으니까요.

그런데 여기 그 '화분' 키우기를 좋아하는 독특한 아이 토미가 있습니다. 화분 키우기라니? 도대체 이 아이는 왜 갑자기 그런 일을 하기 시작했을까요? 그것도 아주 열심히 말이에요.

그림책『화분을 키워 주세요』(웅진닷컴)의 토미는 아빠의 휴가 동안 함께 여행을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바쁜 아빠 때문에 휴가 동안 아무데도 가지 못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도 이 아이는 실망하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냅니다.

바로 온 동네의 화분을 모아서 휴가를 떠난 이웃 대신 키워 주는 것입니다. 토미는 도서관에서 원예책까지 빌려와 공부하며 화분들을 키웁니다. 그런 정성 덕분인지 화초들은 정말정말 무럭무럭 자라나, 온 집안을 가득 채우게 되지요.

이 그림책에서 '화분'은 휴가를 가지 못하는 토미의 마음을 채우는 존재가 됩니다. 아빠의 휴가 동안 함께 산으로, 들로 떠나지 못한 토미는 얼마나 슬펐을까요?

하지만, 토미는 화분을 키우면서 오히려 더 큰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작은 생명을 자신의 힘으로 지키고, 가꾸어 주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따뜻함을 알게 된 거지요. 게다가 토미는 이 느낌을 혼자만 간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나누어 주려 합니다. 무럭무럭 자란 화분을 가지치기 한 다음, 그 가지들을 작은 화분에 담아 아이들에게 나눠준 것이에요.

'화분'은 다른 그림책 속에서도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고 기쁘게 해 주는 존재로 나타나고 있습니다.『리디아의 정원』에서 실직한 아버지로 인해 홀로 도시로 나와야 했던 리디아를 위로해 준 건 집집마다 창가에 내놓았던 작은 화분들이었지요.

자, 이제 그림책의 마지막을 볼까요? 휴가가 끝나고 이웃 사람들이 화분들을 모두 찾아가자 화초들에 둘러싸여 매일 화를 내던 아버지의 마음이 왠지 허전해집니다. 그래서 모두들 시골로 진짜 휴가를 떠나기로 하지요. 화분으로 위로 받았던 토미는 이번에는 진짜 자연 속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거예요. 도시에 있는 '화분'은 이렇게 자연을 가까이 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겠지요.

대개의 아이들은 고양이나 강아지, 햄스터 등의 애완동물을 키우지, 토미처럼 식물을 키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식물 키우기가 재미있고 소중한 일이라는 걸 아는 아이들은 별로 많지 않지요. 그건 아이들이 자라나는 환경 때문일 거예요.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당장 꽃 하나 심을 공터도 찾기 힘들 테니까요.

그러니 자연 속에서 뛰고 뒹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을 느낀다는 건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에요. 게다가 식물은 동물들처럼 같이 뛰어놀 수도 없잖아요.

이럴 때 살짝 꽃씨와 화분 하나를 내밀어 주며 이 그림책을 읽어 준다면, 아이들에게 자연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꼭 어려운 길을 택하지 않더라도 작은 화분에 씨앗을 하나 심어 새싹이 나오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적지 않은 기쁨을 느낄 거예요. 토미가 여름 내내 느꼈던 그 뿌듯함과 만족감은 책 속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이윤주/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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