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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준비와 법개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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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재 정부는 교육법, 농협법, 전파 관리법, 보건소법 등 일련의 법률 개정과 또 대학의 학생회 간부를 간선제로 하려는 행정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하여 민중당은 『정부가 시도하는 이들 각종 법률의 개정은 개선이 아닌 개혁이며 역대 독재 정권이 해온 악랄한 선거 포석』이라 비난하고 속개 국회에서의 반대 투쟁을 다짐하고 있다고 들린다.
교육법을 개정하여 교육감 임기를 2년으로 단축시키고, 특히 현재의 교육감 및 교육 위원 임기를 개정 법 시행 후 1년으로 단축시키자는 것이나, 또는 농협법을 개정하여 리·동장이 농협의 리·동 조합장을 겸임케 하자는 것이나, 혹은 보건소법을 개정하여 의사 아닌 사람도 보건소장이 되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전파 관리법을 개정하여 방송을 엄중한 관리하에 두겠다는 것 등의 정부의 기본 의도가 어디 있는지 우리는 자세히는 모른다. 그러나 개정하려는 방향이 반드시 개선을 의미하지 않을 뿐더러 상기한 각종 법률을 개정해야 할 객관적 이유가 뚜렷치 아니함에 민중당이 이를 가리켜 「정치 입법」이라 비난하는 것은 어느 면에 있어서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겠다.
내년 봄에 총선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정부나 정당의 입장에서 금년이 선거를 준비하는 해가 된다는 것은 수긍이 간다. 그렇지만 선거의 준비란 어디까지나 당을 정비하고 민중이 호응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제시하고, 공명 선거를 치르는데 명백히 지장이 있다고 판명되는 선거 관계 법규를 개정하는데 그쳐야 한다. 정부·여당이 이와 같은 방향과는 달리 선거 관계 법규 외의 불요·불급한 법률 개정을 서둘러 공화당 요원을 관계나 농협 등에 배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방송 관리를 빙자하여 자유 언론을 침해하려는 의도를 보인다는 것은 제아무리 선의로 해석해도 입법 기능의 악용 같은 인상을 금할 수가 없다.
공화당은 앞서 발표한 기조 연설에서 「조용한 전진」을 다짐하고 현행 법규의 개정보다도 그 올바른 운영에 치중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상기한 일연의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률의 올바른 운영을 가지고서도 입법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없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뚜렷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알기로는 교육법, 농협법, 보건소법, 전파관리법 등에 약간의 결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적어도 그 결함은 정부·여당이 법개정을 시도하려는 조항에 개재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정치 기구나 법질서는 집권당의 편의나 선거 준비를 위해서 존재해 있는 것이 아니며 또한 공명 선거란 안정된 정치 기구, 안정된 법질서 위에서만 가기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선거가 가까워 올수록 새로운 법개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약에 그렇지 않고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치 기구, 행정 기구를 뜯어고치고 법질서나 금융 질서를 뒤흔들어 놓는다고 하면 국민은 심한 불편과 고통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재집권의 가능성이란 좋은 정책에 의한 선한 정치를 가지고 집권당의 표전을 비옥케 함으로써만 늘어나는 것이지 잔재주를 부려 가지고 집권과 재집권에 변의 하도록 법개정을 시도함으로써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민중당은 위법, 선거법, 정당법 중 잘못된 점을 시정하기 의해 국회에 항구적인 특별위를 두고 여·야가 공동 연구를 하자고 제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은 즉각적으로 그 제안을 반대, 폐기시킬 방침이라고 냉냉한 반응을 보였다. 선거 및 정면 교체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헌법, 선거법, 정당법 등의 개정 여부는 여·야의 당리·당략, 특히 선거 전략에 의해 좌우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사회 현실에의 안정성 여부를 가지고 결정지어져야 한다. 그러나 상기한 법률의 결함이 무엇인가를 꾸준히 연구한다는 것은 민주 국가의 기틀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일이요, 따라서 공동 연구를 위해 국회에 항구적인 특별위를 두자는 안 자체에 반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앞서 공화당의 기조 연설이 여·야가 공동의 협의 광장을 마련하고 보다 나은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새삼스러이 상기하면서 공화당이 민중당 제안을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이기를 요망한다.
공화당의 주류는 헌법이나 정당법이나 선거법에 잘못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올바른 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풀이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견해에 가담할 수 없다. 무소속 입후보를 금지함으로써 생겨나는 갖가지 폐단, 예컨대 군소 정당의 관립이나 정당과 대중과의 유리, 국민의 「선택의 자유」의 폭의 축소, 정권 투쟁의 직업화 경향 등은 결코 소홀히 간과해서는 안된다. 헌법 개정의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는 여론이 갈라져 있다. 또 개정 절차가 심히 까다롭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로 개헌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손 치더라도 개정을 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당법, 선거법 등을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인구의 자연 증가와 인구 분포의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지역 선거구는 합리적으로 조절되어야 할 것이다. 또 소속 지구당의 해체만으로 국회의원이 의원 자격을 박탈하게 되어 있는 정당법의 조항은 국회의원들의 농락으로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궁지에 힘입게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을 보아야 한다. 이런 것들 생각하면 공명 선거의 실현, 민의에 기초를 두는 정당 정치의 구현을 위해서는 선거법, 정당법의 성의 있는 공동 연구의 필요성이 매우 크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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