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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네스 팰트로의 매력, '기네스다움'

중앙일보

입력

여배우를 말할 때 골머리가 아픈 건 그녀에게 딱 맞는 형용사를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기네스 팰트로처럼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배우를 만나면 더욱 그렇다. 도대체 그녀가 가진 매력은 무엇인지, '기네스다움'에 관한 분석.

사물을 이해하는 눈은 사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모나코의 왕비가 된 그레이스 켈리 이후 가장 귀족적인 분위기의 여배우로 많은 사람들이 기네스 팰트로를 꼽지만 그녀를 촌뜨기 쪽에 더 가깝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만약 뉴욕의 디자이너들이 앞다투어 “우리의 옷을 입어주세요”라는 콜 사인을 보내며 그녀에게 맞는 옷을 제작하지 않는다면 이 말라깽이 아가씨의 밋밋한 보디 라인은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진 않을 것이다. 주근깨 소녀 같은 얼굴도 악한 역할에는 어울리지 않는 ‘착한 여자’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고. 한 마디로 기네스 팰트로는 흡인력이 강한 여자는 절대 아니다. 그런데 할리우드의 매력적인 여배우 순위에서 그녀를 빠뜨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1993년 <플레시 앤 본 flesh and bone>을 제작하면서 기네스를 눈여겨 보았던 시드니 폴락 감독은 그것을 한 마디로 ‘기네스다움’이라고 표현한다.

온화해 보이면서도 함부로 못할 거만함이 섞인 그 무엇. 귀족적인 우아함이 몸에 배었다고는 하지만(단짝 친구인 여배우 매리 위그모어조차 기네스를 표현할 때면 ‘우아함’이라는 단어를 네 번씩이나 사용할 만큼) 할리우드 스캔들을 생산하는 화려한 욕망도 공존하고 있는….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의 유전자 분자들이 묘한 비율로 혼합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 ‘기네스다움’이다. 도대체 잡히지 않는 이미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조합을 분석하자면 이런 것이다.

아버지(프로듀서인 브루스 팰트로)의 친구였던 스필버그 아저씨(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권유로 출연하게 된 스크린 데뷔작 <후크>에서 ‘웬디’로서의 기네스는 그냥 어리고 귀여운 소녀였다.

<세븐>에서는 평범하고 착한 아내였고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브래드 피트가 선택한 여인, 행운의 여자쯤으로 여겨졌다. 완전히 그녀만을 놓고 무언가를 운운하게 된 건 1996년 <엠마>에 출연했을 때부터다. 1932년,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스물세 살의 예쁘고 영리한 아가씨 엠마.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은 아주 잘 어울리는 커플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는 이 귀여운 중매장이에게 관객의 시선이 모아졌고, 이때부터 기네스는 더 이상 자신의 욕구를 감추지 않는 적극성을 발휘하게 된다.

오스카상의 영예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를 통해 얻었지만 생각컨대 에단 호크와 공연한 <위대한 유산>의 에스텔라가 가장 기네스다운 모습이 아닐까. 상류사회 특유의 냉정함과 오만함을 가진 여자 에스텔라. 핀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바운더리를 벗어나는 일은 하지 않는 여인. <슬라이딩 도어즈>는 그녀의 겉으로 보이는 단아한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성공한 작품. 두 명의 서로 다른 헬렌을 연기한 기네스는 냉정함과 혼란이 잘 교차하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금발의 쇼트 커트는 한때 전세계 여성들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리고 가장 최근 작품인 <리플리>는 ‘기네스다움’을 위해 뿌려진 치즈 가루였다. 완벽하게 기네스에게 스며든 역할이었으므로.

일상적인 면도 살펴보자. 프로듀서인 아버지와 연극 배우인 어머니 사이에서 그늘 없이 자랐고, 동생 제이크 팰트로는 할리우드 신인 감독들 중 하나로 활동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청사진은 지극히 반페미니스트적인 모습을 보인다. 요리를 잘하고, 타블로이드 신문이 떠드는 소리쯤은 간단히 흘려버리며, 곤란한 질문을 받으면 기분 나쁘지 않게 돌려 말하는 법을 알고 있다. 이 정도면 기네스 팰트로가 가진 매력의 실체를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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