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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파워리더 (16)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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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김철영 미래나노텍 대표가 대형 터치필름패널을 들어보이고 있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처럼 대형 모니터에서도 터치가 가능한 제품이다. [오창=프리랜서 김성태]

‘고민하는 자만이 미래를 열 수 있다.’

 디스플레이 부품소재기업 미래나노텍의 사훈이다. 미래나노텍은 LCD디스플레이용 소재인 ‘광학필름’ 세계 1위 기업이다. 시장 점유율이 22%, 그러니까 5분의 1이 넘는다. 회사 설립 10주년인 올해 예상 매출은 약 3100억원. 이달 초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무역의 날’ 행사에서는 2억 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김철영(48) 미래나노텍 대표는 “대기업 수준으로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투자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성장과 수출의 비결을 설명했다. 미래나노텍은 전체 직원 838명 중 연구개발(R&D) 관련 직원이 240명이다. 현재 미래나노텍에서 진행 중인 R&D 프로젝트만 20건이 넘는다.

 김 대표에 따르면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 ‘세계 1등을 할 수 있는가’와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다.

 실제 정해진 프로젝트들은 회사에 성과를 안겨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터치필름 패널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서 쓰는 ‘터치’ 방식을 언젠가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것으로 보고 투자한 프로젝트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화면 터치를 가능케 한 새 운영체제 윈도8을 발표한 것이다. 미래나노텍은 5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연구해 가격이 저렴하고 두께는 얇은 터치 필름을 올해 9월부터 생산하고 있다. 현재 생산량은 월 6만 대. 김 대표는 “삼성·LG는 물론 HP·레노버 같은 외국 PC업체로부터도 주문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터치필름 기준 월 200만 대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는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광운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I 연구원 등을 거쳤다. 2001년 창업을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나 바로 창업을 하지는 않았다. 아이템 고민만 8개월 넘게 했다. 결국 LCD 광학필름을 택했다. “누군가 기술을 독점하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아 내가 파고들어가면 성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내려 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당시 광학필름은 미국 3M이 특허를 가진 독점분야로 어떤 재료로 어떻게 필름을 만드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은 때였다. 국내엔 전문가도 없었다. 김 대표는 직접 필름 원단을 구하기 위해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기업을 찾아다녔다. 운이 따랐음일까. 창업 첫 해인 2002년 3M특허를 피해 갈 수 있는 광학필름 제작에 성공했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삼성·LG전자 등 국내 대형 전자업체에 납품을 시작했다. 매출은 2005년 153억원에서 2006년 629억원으로 한 해 사이 네 배 이상이 됐다.

 그러나 곧 위기가 닥쳤다. 광학필름에 대한 3M특허가 끝나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이 경쟁 제품을 쏟아냈다. 그 바람에 2007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김 대표는 “고민 없이 성과에 취해 있을 때 위기가 온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다시 본질인 원천기술 확보에 매달린 결과 여러 가지 기능을 한데 갖춘 ‘복합멀티필름’을 개발해 냈다”고 전했다. 이후 회사는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연 매출 3000억원이 넘는 어엿한 중견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끊임없는 고민의 힘’으로 소재산업 분야에서 벤처기업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오르는 역사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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