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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진의 시시각각

김용민과 공지영, 지성의 혼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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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스타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잘 모르는 것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거나 허위를 말해선 안 된다. 다중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 안철수가 정치무대에 등장한 이래 나는 가혹한 비판자였다. 그가 중요한 국가적 문제에 대해 사실관계도 모르면서 함부로 얘기했기 때문이다. 용산사태·천안함·해군기지·대북정책 그리고 4대강 개발과 청와대 이전 등이다. 그는 틀린 주장으로 세상을 어지럽혔다.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어지러운 스타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용민과 공지영이다. 지난 4월 총선 때 민주당은 ‘나꼼수 김용민’을 서울 노원갑에 공천했다. 그가 과거에 내뱉었던 희대의 막말이 드러나자 민주당은 역사적인 피해를 보았다. “15석이 날아갔다”는 한탄이 터졌다. 파동만 없었다면 민주당 142, 새누리당 137석이 됐을 거란 얘기다. 김용민은 자신을 ‘시사 돼지, 막말 돼지’라 칭한다. 그래서 나는 ‘역사를 바꾼 돼지’라는 글을 썼다. “한국 역사에서 돼지라는 단어가 이렇게 엄청난 일을 저지른 적이 없다.”

 투표 전 그는 동영상에서 울면서 “평생 갚겠다”고 사과했다. 선거 후엔 “자숙하겠다”고 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막말 대신 허위 사실이다. 그는 트위터에 “박근혜, 충격이네요. 사이비종교 교주와 20년 가까이 협력관계를 맺고, ‘신천지’와도 우호적인 관계”라고 썼다. ‘신천지’는 기독교 단체들이 이단으로 여긴다. ‘20년 협력관계’에 대해 김용민은 아무런 증거도 내놓지 않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협의회장 등은 “신천지를 이용해 기독교인들 사이에 박 후보에 대한 반발과 분열을 조장하려는 선거 꼼수”라고 비판했다.

 공지영도 1년 전에 혼란스러운 언행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가수 인순이와 피겨선수 김연아가 종편 개국 프로그램에 출연하자 트위터에서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인순이에겐 “개념 없다”고 했고 김연아에겐 “안녕”이라며 결별을 통고했다. 좌파스타 공지영은 보수·우파 중앙·조선·동아가 설립한 방송을 미워한 것이다.

 김연아·인순이에 대한 공격은 공지영이 자신의 과거를 부정(否定)한 것이다. 그는 중·조·동에 소설을 싣거나 칼럼을 썼다. 인터뷰에도 많이 응했다. 중앙일보에 2006년 소설 ‘즐거운 나의 집’을 연재했고 조선일보에는 ‘일사일언(一事一言)’ 코너에 썼다. 중앙일보 기자와 맛집 기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공지영, 혼돈에 빠진 영혼’이라는 글을 썼다. “이중성도 그렇지만 공지영의 세계관은 더욱 문제다. 그는 이념이 다른 대상에게 편집증적인 증오를 지닌 것 같다. 공지영은 지금 인기와 허상(虛像)이라는 도가니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공지영은 최근 타인에게 치명적인 허위 사실을 트위터에 퍼뜨렸다. 어느 여론조사기관 대표가 5억원을 받고 박근혜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리트윗한 것이다. 이는 50만 명이 넘는 팔로어에게 전달됐다. 피해를 입은 대표가 고발하겠다고 하자 공지영은 글을 삭제했다. 그는 왜 자신을 혼돈의 도가니에 집어넣는가.

 대선은 5년마다 있고 정권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지성(知性)에는 임기가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중요한가. 5년마다 바뀌는 한 줌 정치세력인가, 아니면 태고 이래로 공동체를 떠받치는 지성인가. 자신이 반대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증오인가, 아니면 지성과 이성에 대한 신념인가.

 스타들도 정치적 지향을 표현할 충분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방법은 장삼이사(張三李四)보다는 훨씬 신중해야 할 것이다. 장삼이사는 연탄불에 돼지고기를 구우며 떠도는 얘기를 그냥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스타는 그렇게 해선 안 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12월 19일은 지성의 위기에 대한 자성(自省)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지식인들이 왜 거품 정치세력에 영혼을 파는지, 5년마다 찾아오는 선거라는 악마로부터 어떻게 지성을 지킬 것인지, 공동체 전체가 고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