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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놓은 상자가 어땠기에 탑승객들 불만이 확 줄었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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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26면

저자: 표현명 이원식,출판사: 안그라픽스,가격: 2만1000원

운영난에 허덕이던 저가형 호텔 ‘아메리스위트’를 2004년 인수한 하얏트 그룹은 새로운 개념의 중저가 호텔을 만들고 싶었다. 이 업무를 맡게 된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회사 리핀컷이 내세운 컨셉트는 ‘집보다 더 집 같은 호텔’. 잦은 출장과 여행으로 마음이 허전해진 고객들에게 ‘집 이상의’ 익숙한 안락함을 제공한다는 전략이었다. 이름을 ‘하얏트 플레이스’로 바꾸고 고객들이 ‘언제든 집처럼 다시 찾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대표적인 예가 테이크 아웃용으로 만든 종이컵. 독특한 촉감이 느껴지도록 만든 이 종이컵은 하얏트 플레이스만의 고유 경험이 된 것은 물론 고객들이 컵을 들고 거리로 나감으로써 자연스럽게 브랜드 홍보에 참여하는 효과를 냈다. 또 호텔 정보 책자를 낱장으로 구성해 사무실 경험을 느끼게 하거나 객실 책상에 자석 메모판을 부착, 집 서재에서 하듯 개인적 사항을 정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서비스디자인 이노베이션』

결과는 어땠을까. 2008년도를 기준으로 하얏트 플레이스의 매출액은 아메리스위트 시절과 대비해 35%포인트 증가했다. 또 같은 해 시행된 JD파워 앤드 어소시에이츠(미국의 고객만족도 조사기관)의 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해당 카테고리에서 최고의 브랜드로 뽑혔다.이것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서비스 디자인’의 좋은 사례다. 서비스 디자인은 1990년대 초 독일의 미하엘 엘호프가 처음 주창한 개념이다. 유무형의 서비스 요소를 통합적으로 가시화하고 혁신적 해결책을 도출함으로써 고객이 서비스를 더 높은 가치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 서비스 방법론이다. KT에서 ‘SHOW’ ‘QOOK’ ‘olleh’ 등을 통해 국내 최초로 서비스 디자인을 기업경영과 마케팅 활동에 도입한 표현명 사장과 포스코건설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이원식씨가 최근 내놓은 『서비스디자인 이노베이션』은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바로 서비스 디자인이란 어때야 하는 것인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제품 디자인이 보통 외양이나 심미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면 서비스 디자인은 형태의 심미성을 넘어 디자인된 유형의 증거물이 고객의 감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한다. 예를 들어 우체국의 경우 전통적인 디자인은 우체국의 서비스 형태나 우표 디자인을 생각하지만 서비스 디자인은 고객이 우체국에 들어가 나올 때까지 경험하는 모든 서비스를 통칭한다.

저자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터치 포인트’라고 말한다. 여기서 터치는 고객이 서비스와 ‘접촉’(touch)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고객을 ‘감동’(touch)하게 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일례로 영국 맨체스터 국제공항의 경우 탑승을 앞두고 수하물의 크기 문제로 불편을 겪는 고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기내에 갖고 들어갈 수 있는 가방이 들어가는 상자를 만들어 고객들이 직접 측정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산업이 개편되고 또 서비스 산업에서 고객 대응 차별화가 날로 강조되는 요즘,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고객이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하라’ ‘눈이 높고 까다로운 고객을 서비스 디자인에 참여시켜라’ 등 책 82쪽에 11개 항목으로 정리된 ‘서비스 디자인 개발을 위한 팁’은 서비스 디자인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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