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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 대통령은 오는 2월 7일부터 18일까지 12일 동안 「말레이지아」·태국·자유중국 등 동남아 우방 3개국을 순방하게 되었다고 14일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발표 하였다. 수행원은 육 여사를 비롯하여 부총리, 외무·국방·공보 등 3장관, 국회외무위원장, 타지 다수의 행정부 관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지난번 총선에 있어 이미 그 자신이 공약한 바 있는 동남아 정상회담의 일환으로 실현되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는 것으로 각국 원수들의 기탄 없는 의견교환을 통하여 그들과의 현존하는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 기대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가원수들간의 접촉은 항상 좋은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차제에 우리는 많은 것을 기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종래의 외교 실태를 가지고 보면, 실상 우리는 동남아 제국보다 구미제국과의 유대가 한층 강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우리의 인국은 동남아제국이며 이들 여러 나라와 우리와의 이해 관계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중공 등 거대한 침략 세력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아세아의 모든 자유국가들은 필연적으로 자각적인 단결을 굳게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동남아 제국의 원수들이 수시 접촉을 갖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다만 이번의 순방일정을 보고 몇 가지 점에 있어 느끼는 바가 불무하다. 첫째는, 일정이 너무 길지 않은가 하는 점이다. 일국의 원수가 12일간이나 나라를 비운다는 것은 희유한 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여정은 최단 기간으로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고 하겠다. 국가의 원수는 해외 여행은 그만두고 국내여행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오랜 기간 수도를 떠난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되어 있는 것이다. 이점에 있어 순방계획의 실무담당자들에 숙려가 부족하지 앉았던가를 느끼게 한다.
둘째는, 이번 순방 계획에 있어 한사람의 야당 인사도 수행원의 「리스트」에 끼지 못했다는 것은 유감 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국가 원수의 순방이니 만큼 역시 정부관리나 여당 정치인 이외에 한 두 사람이라도 야당 인사를 대동한다면 더욱 그 의의가 빛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국가이익의 관점에 선다면 여·야간에 무슨 정치적 이해 관계가 상반되는 것도 아닌데 야당 인사들로 하여금 순방을 완전히 외면케 한 것은 계획 실무자들의 또 하나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된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국가원수가 해외여행을 할 때 야당인사를 대동한다는 사례는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것이 주의되었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박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월남을 제외하지 않으면 아니 되게 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월남은 전통적으로 우리와 우방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우리 국군 장병들이 그 나라의 장병, 그리고 미군과 더불어 피를 흘리며 싸우는 곳이다. 이곳을 대통령이 방문할 수 있다면 양국간의 맹방 의식은 한층 굳어질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월남 방문이 제외된 데는 특수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는 섭섭한 일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이 동남아 제국과 우리의 우호 관계를 한층 촉진시키는데, 그리고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치를 재인식시키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행원 일행들도 깊은 연구를 가지고 이들 여러 나라들과의 유대 강화 책에 힘써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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