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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시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수출·증산·건설에「일하는 해」가 거듭되고, 이제 몇 해만 있으면 개인소득이 연200불로 늘어난다는 얘기에 부푼 가슴을 펴고 서울의「스카이·라인」을 본다.「스카이·라인」의 눈부신 변화를 본다. 남산이나 삼청동 뒷산 꼭대기에 올라서 수도서울을 내려다보면 해를 쫓아 달을 쫓아 늘어가는 고층 건물의 장관에 놀란다
의사당신축을 위해서 새해 예산에 1천40만원의 조사비가 들어 있어서 일제 때의 부민관 전세 살 이를 면하게 될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에 또 하나의 고층건물이 서고, 5동의「매머드」의사당을 구상중이라니 잘 하면 미국 것을 뺨칠「펜터건」구조가 우리 고장에도 출현할 판이다.
제도가 무슨 탈이냐 운영이 나쁘지, 하는 논리를 빌어서, 건물이 시원찮아서 그 꼴이냐 국회의원이 변변찮아서 일이 안되지, 하는 넋두리는 거두기로 하자 .정부청사며 의사당이며 요란하게 지어서 전시효과를 노리는 것이 후진국공통의 심리라느니 하고 빈정대지도 말자. 새 집을 지어서 최신식「매머드」건물로 옮겨 앉아서 우리 선량들의 성품과 기개가 일신된다면, 또 부민관 때의 퇴영과 무능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면 거국적인 모금운동이라도 벌여서 신축을 도와야 할 것이다. 중앙청보다 더 높은 의사당을 지어서 참된 민 의의 상징이 될 수 있다면 전국민에게 부역을 과한대도 그 名分 에 그릇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신축이 시급히 바라지는 이유이기도 하고, 신축 후에도 고쳐지지 않으면 만사가 허사가 되고 말, 한가지 탈이 있다. 그것은 의사당의 시계. 의원들이 드나드는 정문 위에 있는 시계는 다행히 제시간을 가리키게 됐지만, 시계탑의 큰 時計는 현세의 시간과는 아랑곳이 없는, 제멋대로의 시간을 가리켜 온지 오래다. 의사당의「빅·벤」종소리로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 BBC방송과 너무나도 참혹한 대조이다. 우리 의사당 시계가 우리 선량들의 생태를 상징한다는 이유 있는 억지소리가 나오기 전에 신축조사비중 일부를 떼어서 우선 현 의사당 시계를 고쳐 놓고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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