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올림' 피해자 구제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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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능 성적을 원점수 아닌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한 점수를 각 대학 측에 제공해온 교육인적자원부 관행에 대한 우려가 결국 현실로 드러났다. 수능 성적 반올림 때문에 서울대 입시 1차 전형에서 탈락한 수험생의 제소에 대해 법원이 "불합격 처리는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로써 서울대를 비롯, 반올림 점수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선발한 25개 대학의 입시 업무가 혼선에 빠지고 해당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강한 반발과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원점수를 영역별로 소수점 이하에서 반올림한 점수로 보고 대학에도 정수 형태로 제공해왔지만 이는 잘못이며 원점수를 반올림하지 않은 원래 점수로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법원은 수능 성적 반올림이 부당한지는 최종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우선 본안 소송 판결이 날 때까지 수능 성적 반올림에 의한 불합격을 취소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소송 당사자인 수험생은 서울대 측이 법원의 결정에 불복하지 않는 한 오늘부터 실시되는 예체능계 2단계 실기전형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유사한 상황이지만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불이익을 당하는 입시생들이 적잖을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에 수능성적이 정수로 제공된다는 점을 미리 공지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강변한다.

그러면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전형이 끝난 뒤 개선 여부를 검토한다고 했다. 이는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자세다.

입시 일정이 남은 대학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반올림하지 않은 원점수를 받아 다시 사정을 해야 하고 이미 합격생을 확정한 대학도 재사정을 통해 탈락생을 정원 외로 입학시키는 게 온당한 처사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잇따를 항의와 소송 등 사회적 혼란을 막기 어렵다. 방치보다는 피해를 본 선의의 학생을 먼저 구제하는 것이 한층 교육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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