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물시장 부산 이관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지수선물.옵션'시장을 부산으로 옮기는 문제가 시끄럽다.

법이 정한 이관시점(2004년 1월)까진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해당사자인 부산 선물거래소와 서울 증권거래소 간의 팽팽한 찬반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이관 세부사항이나 앞으로 선물시장 운영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그동안 잘 키운 시장을 '정치 논리'때문에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 선물거래소 측은 법에서 정한 대로 선물.옵션시장을 완전히 부산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 선물거래소는 당초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1999년에 설립됐다. 이어 정부는 2000년 말 선물거래법 시행령을 고쳐 지수선물시장을 부산에 넘기기로 했다. 증권거래소 측은 이 대목이 부산 정치인.상공인들의 요구를 정부가 받아준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증권거래소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재경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지수선물을 예정대로 옮기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거래소 측은 만일 이관을 할 경우 두 거래소의 통합을 전제로 시장을 개편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안으론 각 거래소를 완전 통합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개편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엔 증권거래소.선물거래소.코스닥을 통합하되 각각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사업부제'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선물거래소 측과 부산의 경제.시민단체 등은 독자적인 전산시스템 등을 사용하는 완전한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독립적으로 전문성을 키워줘야 지수선물뿐 아니라 통화.금리.상품 선물을 모두 갖춘 아시아의 중심적인 선물시장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법을 바꾸지 않는 이상 부산으로의 이관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중장기적으로 선물.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권거래소 측은 국내증시의 협소한 규모에 비해 거래시장이 세개로 나뉘어 있어 국제경쟁력과 서비스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거래소를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로 중복투자가 사라지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본다는 얘기다. 또 현물과 선물을 연계한 다양한 신상품 개발과 효과적인 불공정거래 감시로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게 증권거래소 측의 설명이다.

증권연구원 관계자는 "세계적으로도 현물.선물 시장이 통합되는 추세"라며 "어차피 이관이 불가피하다면 부산을 선물거래의 메카로 만들되, 시장운용은 증권거래소와 협력하는 중장기 발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물거래소 측은 현물시장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하는 곳이고, 선물은 위험관리를 하는 이질적인 성격이므로 통합해봐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현물.선물 간 거래체계가 어차피 다르기 때문에 별도의 운영시스템을 가질 수밖에 없어 통합에 따른 투자비 절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동아대 조성렬 교수는 "세계 증시의 3분의2 가량이 현물.선물 시장을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어떤 체제가 더 효율적인지 알 수 있다"며 "거래소의 통합 문제는 인위적으로 처리할 게 아니라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