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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아이들에 대한 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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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던져라'라고 과감하게 명령하는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느낄 수 있었던 건 희망이라기 보다는 씁쓸함이었다. 그런 감정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어른들의 부주의로 심각한 장애를 안은 채 태어난 애덤의 숙명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을끼? 아니면 그마저 한국 아이로 길러내지 못하고 미국에 입양 보내고 만 현실에 대한 원망 때문이었을까?

2001년 한국 프로야구 개막식에서 티타늄으로 만든 두 다리로 서서 마운드 한 가운데 서 있던 소년 애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한국의 두 남녀에 의해 태어난 애덤은 불행하게도 태어나면서부터 두 다리가 가슴 쪽으로 구부러지고 손가락도 모두 붙어 있는 심각한 장애아였다.

홀트 아동복지회에 맡겨진 그가 4살이 되도록, 아무도 그가 제대로 사람 구실을 하며 살 수 있을 거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는 위탁모의 손을 빌어 간신히 밥을 먹고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해외입양 대기자'의 한 사람이었으나, 그 장애 정도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애덤의 입양을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그가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이 되었고, 잘 웃고, 잘 뛰고, 잘 노는 '행복한' 아이가 되어 우리 앞에 버젓이 나타난 것이다.

스스로도 다운증후군을 앓는 딸을 키우고 있는 이 책의 저자 김홍덕 목사는 비단 애덤 뿐 아니라 모두 아홉 명의 아이들을 한국, 인도, 미국 등에서 입양해 키우는 로버트와 다나 부부의 삶과 가족사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아들딸이 모두 12명, 그 가운데 '배로' 낳은 자식은 셋이고, 나머지 아홉은 이들 부부가 '가슴으로' 낳았다는 입양아들이다. 이 책은 평범한 미국 시민인 이들 부부가 어 떻게 하여 입양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왜 그 많은 아이들을 입양하게 되었는지, 왜 하필 장애아였는지, 한명 한명의 아이들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귀띔해준다.

선량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세계적인 입양가족을 꾸리게 된 계기는 그닥 거창하지 않다. 단지 눈에 밟히는 버려진 아이들을 외면하기 힘들었으며, 특히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임자 없이 '영원한 보호상태'에 있을 뻔한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다는 것. 그 뿐이다.

그러나 정신지체장애아 피터, 한쪽 팔이 없는 조산아 윌리엄, 두 다리가 앞쪽으로 굽어 무릎으로만 기어 다니는 인도 아이 리나, 다리 장애에 뇌수종까지 있는 아이 새라, 두 다리를 잘라내야만 했던 아이 애덤 등을 한명 한명 가슴으로 낳아 가족의 일원으로 만들기까지의 가족사는 그 거창하지 않은 한마디의 말속에 얼마나 많은 애증과 눈물이 베여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을 미국에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는 '철각천사' 애덤의 말에 자꾸만 고개가 숙여지는 이유는 뭘까?

"저를 미국에 보내주신 생부모와 한국에 감사해요. 생부모는 저를 키우실 형편이 되지 못했을 거예요. 좋은 위탁모에게 저를 맡기신 생부모님께 감사드려요. 또 한국 정부에 감사드려요. 저를 환경이 좀더 나은 미국으로 오게 허용해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부모를 만나 잘 살게 되었으니까요."(162)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문학적 기교나 상징, 비유 없이 시종일관 쉬운 어법과 어조로 쓰여진 이 책이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결코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주저 없이 손을 내미는 애덤의 미국인 부모들. 장애아는 '신이 버린 아이들'이 아니라 '우리가 버린 천사들'이라고 역설하는 이들 부부의 이야기는 또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우리 가족이 사는 얘기에 감동받으셨나요? 그러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동이 아닙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을 내 자식으로 품어줄 '가슴'이지요.' 라고. (이현희/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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