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 정비에 짝퉁 부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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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 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의 야간 투시 레이더 구성품을 폐부품이나 유사 부품을 사용해 정비하는 등의 수법으로 정부 예산 수십억원을 받아낸 항공기 정비업체 대표 등이 검찰에 기소됐다. 해당 업체는 군으로부터 우수 정비업체로 선정돼 공군참모총장 감사패(2010년)와 방위사업청장 표창장(2011년)을 받았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이주형)는 12일 서류를 허위로 꾸며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항공기 정비대금 23억여원을 받아낸 혐의(특가법상 사기 등)로 항공기 정비업체 A사 대표 김모(66)씨와 방위산업품 무역업체 B사 대표 김모(60)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허위 세금계산서 등을 발행해 준 전자부품 도매업체 C사 대표 박모(57)씨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사 대표 김씨는 군 항공기를 정비하는 데 필요한 비싼 순정 부품을 사들이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2007년 7월부터 2년간 B사로부터 순정 부품 3692개를 4억9200여만원에 사들였다’며 거짓 세금계산서를 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정비에 사용된 제품은 A사가 보유하고 있던 폐부품이었다. 김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40여 차례에 걸쳐 F-16 야간 투시 레이더 구성품인 전원 공급기 등 정비 대상 부품 8000여 개를 교체한 것처럼 속여 방위사업청 등으로부터 23억여원을 받아냈다고 검찰은 밝혔다.

 군은 2009년 링스헬기 추락 등 사고가 잇따르자 김씨에게 정비에 사용된 부품이 미국에서 수입한 순정 부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서류를 요구했다. 그러자 김씨는 정비 부품을 만드는 유령 회사 3곳을 차린 뒤 수출입 중개업체 직원을 매수했다. 김씨는 중개업체 직원을 통해 유령 회사가 갖고 있던 부품을 방위산업 무역업체인 B사가 구입해 A사에 납품한 것으로 허위 세금계산서를 작성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씨가 군으로부터 받은 정비대금 23억원은 부품 대금으로 B사에 지급된 뒤 다시 김씨의 유령 회사로 돌아왔다. 하지만 군은 지난 9월 감사원에 적발될 때까지 김씨의 사기 행각을 눈치채지 못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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