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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차명투기 … 서초구 세금 70억원 걷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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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눈 덮인 서초구 내곡동의 보금자리주택 건설 현장에서 철근 콘크리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초구청은 이 일대 개발 과정에서 명의 신탁을 이용한 투기를 대거 적발했다. [사진 서초구청]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내곡동의 보금자리주택 공사 현장. 근로자들이 터파기 공사를 완료하고 철근 콘크리트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2차 보금자리주택 대상지인 내곡 지구사업은 내곡·신원·염곡·원지동 일대 76만9000㎡의 부지에 주택 4355가구를 짓는 공사다. 이 일대에서 현지 주민 명의로 땅을 사들여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투기꾼들이 대규모로 적발됐다.

 서초구는 최근 5개월간 이 일대 농지와 임야 4824필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87건의 불법 투기를 적발하고 70억원의 지방세와 과태료를 추징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4월 지방세법 개정으로 구청 세무공무원에게 ‘범칙사건 조사 공무원’ 권한이 부여된 이후 기초지자체로는 사실상 처음 거둔 기획조사 성과다.

 서초구 관내는 입지상 국내 최고 번화가인 강남대로와 함께 미개발지인 녹지·농지가 혼재해 투기 요소가 다분한 지역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동안 구청이 투기 여부를 조사할 권한이 없어 달리 손을 쓰지 못했다.

 법 개정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서초구는 6월 세무과 직원 9명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특별팀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그린벨트 지역에서 이뤄지는 투기는 토지 취득을 위해 원주민들의 이름을 빌리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 경우 투기자들은 소유권 확보를 위해 해당 토지에 대한 처분금지 가처분 등기를 하는데 이때 구청에 기타등록세를 납부한다. 특별팀은 기타등록세를 낼 때 첨부한 관련 서류 2914건을 훑었다. 그 결과 10여 건의 명의 신탁을 찾아냈다.

 염곡동 토지(2122㎡)를 2003년 현지 주민 명의로 취득한 A씨도 이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 구청은 2008년 A씨가 법원에 해당 토지에 대한 가처분등기를 신청할 때 서초구에 제출한 기타등록세 신고 서류를 찾아냈다. 서류에는 신청사유를 명의신탁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A씨에겐 1억4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서초구 세무과 이향범 팀장은 “구청은 그동안 조사 권한도, 노하우도 없어 차명거래를 통한 투기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였지만 이번 조사를 계기로 투기 적발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구청은 조사 공무원 권한을 이용해 법원과 공공기관으로부터 직접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조사에 활용했다.

 B씨는 지역 주민 이름을 빌려 공동 등기한 내곡동 일대 토지(1010㎡)가 구입가의 네 배에 수용되는 ‘대박’ 기회를 잡았다. 이 지역이 보금자리주택과 지하철 입지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구청은 기타등록세 서류 점검 과정에서 B씨의 불법 투기를 파악했지만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구청은 법원에 소송 서류를 요청했지만 법원은 “구청에 준 전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에 관련 규정을 제시하고 설득한 끝에 소송 서류를 받아 명의신탁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서초구청은 토지수용기관인 SH공사와 LH공사의 지급 공탁 사건 자료와 국세청이 보관한 양도계약서 등도 제공받아 투기를 역추적하는 방식도 사용했다. 이런 저인망식 조사 과정에서 27건의 미등기 전매 사례도 적발해 34억원을 징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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