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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란 “사는(buying) 것이 아닌 사는(living) 곳”

조인스랜드

입력

[황정일기자]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시장에 큰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집값이 내리고 작은 집이 인기를 끌고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택시장은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집이라는 게 사람이 사는 집으로 실수요 상품입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집은 재테크 수단, 즉 투자 목적의 성격이 강했죠.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짧게는 몇 개월 만에, 길게는 2~3년 만에 벌 수 있는 유일한 상품이었으니까요. 집값이 오르던 시절에는 누구나 집으로 부자가 되는 상상을 했을 겁니다.

이렇게 집은 ‘주거’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투자’ 대상으로 존재해 왔습니다. 하지만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집값이 내리면서 이런 상식이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 상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겁니다.

집에 대한 다양한 책 봇물

집을 사도 과거처럼 가격이 확 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주택 수요자는 살기 좋은 집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건설업체도 이에 맞춰 실수요를 잡을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냈습니다.

이런 변화는 서점가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집을 사서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인테리어 등 실용서는 물론 집이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던지는 인문서 등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나온 ‘집을 순례하다’(사이)는 독자에게 집에 대한 가치를 묻고 있습니다. ‘집, 예술이 머물다’(시그마북스)는 집을 주제로 한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양한 작가의 예술 작품을 통해 고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집이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철학과 예술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을 이야기합니다. 집의 다양성 중에 투자 목적보다는 주거라는 본래의 의미를 각인시켜 주는 책들이죠.

이밖에도 11월 나온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여행’(시공아트), 10월 나온 ‘파리지엥의 주방’(동녘라이프), 9월 나온 ‘삶을 닮은 집, 삶을 담은 집’(더숲), 8월 발간된 ‘내가 생각하는 집’(미호) 등도 눈에 띕니다.

부동산 투자서보다 더 많이 팔려

공통적으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집으로 돈을 버는 얘기는 없습니다. 이 중에서 일부 책은 집에 대한 실용서라기보다는(서점에서는 실용서로 구분) 사실상 인문서에 가깝습니다.

물론 부동산 투자서가 안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부동산 경매나 소형 주택에 대한 투자 지침서 등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자의 손길은 집에 대한 가치를 묻는 책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인테리어 등 집에 대한 실용서가 부동산 재테크 관련 도서 판매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10년 전인 2003년 부동산 투자 관련서 판매량은 36000권인 반면 같은 기간 실용서는 약 3000권에 불과했다네요.

부동산 열풍이 정점을 찍은 2008년 당시 부동산 투자 관련서는 약 93600권으로 역대 최고를 보였고 실용서는 약 12100권이 팔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관련서는 점점 판매량이 줄어 올해에는 43000권인 데 비해 실용서는 56800권 판매됐답니다.

서점 측은 “집을 재테크 수단에서 살며 꾸미고 가꾸는 곳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런 책이 앞으로도 꾸준히 부동산 투자서를 앞질러 나갈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죠.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이후 집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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