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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쇼크] 돈 풍년에도 투자↓ 소비↓

중앙일보

입력

초저금리가 기대하는 경기회복 효과는 별로 없이 장기 불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들어 네차례 콜금리를 내렸지만 기업의 설비투자는 오히려 움츠러들고, 성장률도 더 낮아지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감소세고, 성장률은 2분기 2.7%에서 3분기에 0.5%로 낮아질 전망이다.

1995년 이후 단기금리가 1%를 밑도는 초저금리 정책을 썼지만,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경험이 국내에서도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한국은행은 일본식 장기 불황이 나타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정규영 한은 정책기획국장은 "비록 금리수준이 낮다고 해도 금융중개가 활발하며,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채권 등 금융상품으로 자금이 신속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금융상황은 유동성 함정과는 다르다" 고 진단했다.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금리인하가 소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제한적이지만 통화정책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도 "은행의 단기금리 인하는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을 중장기 회사채나 주식구매 자금으로 이동시켜 기업의 금융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다" 며 "기업의 금융비용이 줄면 투자여력이 생기게 마련" 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낮춰도 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은 저금리 회의론자의 예단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만만치 않다. 경제학자 케인스가 지적한 것처럼 투자를 좌우하는 것은 금리 수준이라기보다 기업가의 '동물적 감각(animal spirit)' 이라는 이유에서다.

"투자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시장 수요와 기업의 활동여건이다. 시장 수요는 수출수요와 내수 모두 불투명하다.

기업의 활동여건은 노사관계와 정부의 행정규제인데, 아직도 노사관계는 불안하며 정부의 행정규제 역시 그 핵심은 남아있거나 오히려 심화됐다. " (김광두 서강대 교수.경제학)

金교수는 경기회복과 구조조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좇는데 미국은 성공했고 일본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재정.금융정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기업에 활력을 주는 정책을 선택한데 비해 일본은 예산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등 주로 재정.금융정책에 크게 의지했다는 것이다.

金교수는 "미국처럼 행정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반독점법을 신축적으로 운용해 기업활동을 도와주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도 신경써야 한다" 고 강조했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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