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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체리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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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인생은 변수(變數)투성이다. 신이 아닌 다음에야 변수를 피할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게 상책이다.

'체리쉬'는 뜻하지 않게 횡액을 당하지만 그 상황을 멋지게 변화시키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여주인공 조이(로빈 튜니)는 직장에서 왕따당하는 외로움을 달래려 한잔 하러 갔다가 음주 교통사고의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정식 재판에 앞서 팔자에도 없는 전자발찌(위성 추적 장치가 달린 일종의 족쇄)를 차고 외딴 집에 갇힌 격리 수용되지만, 그녀는 그 곳을 자신만의 세상으로 가꿔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우중충해 보이지만 의외로 산뜻하다.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카메라 워킹과 깜찍한 엽기녀다운 여주인공의 행동, 그리고 터틀스의 '해피 투게더' 등 귀에 쏙 꽂히는 올드 팝 덕분이다.

여주인공 조이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이니드나 '아멜리에'의 아멜리에와 같은 '과'로, 이들 영화를 즐겼던 사람이라면 권하고 싶다.

이 영화는 억세게 재수 나쁜 한 여자가 우여곡절 끝에 누명을 벗는 흔하디 흔한 드라마라기보다는 '재미있는 감금 생활 보내기'를 일러주는 지침서 같다.

조이는 아래층에 사는 게이 난쟁이 사귀기, 발찌 프로그램 관리자인 빌(팀 블레이크 닐슨)과 사랑에 빠지기, 발찌에 조금 손질을 가해 앞마당에서 농구 즐기기, 열애 중인 위층 남녀 엿보기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보여준다.

그것을 엿보는 재미가 여간 아니다. 지난해 선댄스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조이를 연기한 튜니는 '엔드 오브 데이즈''버티컬 리미트' 등으로 낯익은 배우.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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