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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은 국민 법 감정에 끌려다녀도, 동떨어져도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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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성보

“법관이 국민의 법 감정에 끌려다녀도 안 되지만, 법 감정과 동떨어져도 안 됩니다.”

 11일 김영란 전 위원장 후임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장관급)에 취임한 이성보(56)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말이다. 법원장 업무 마지막날인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법관과 국민 법 감정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강조했다.

 ‘부러진 화살’ 같은 법정소재 영화로 법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는 것을 두고 그는 “영화가 현실을 왜곡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다만 법관들이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 시비가 있다는 것도 현실이란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지법에선 올해에만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 실세에 대한 재판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는 “판사들과 만날 때도 사건 얘기만큼은 의식적으로 피했다”며 “법원장이 조금이라도 얘기를 꺼내면 압력으로 비칠 수 있어 지켜만 봤다”고 했다.

 다만 “사법부의 독립이 판사가 담을 쌓고 저만의 판결을 내리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경계했다. “판결을 내리기 어려울 땐 주변 판사들에게 의견을 묻거나, 국민의 눈높이는 어떤지 고려해야 한다”며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겠다’는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익위원장으로서 포부도 밝혔다. 그는 “사회의 ‘고질병’ 해소에 일조하고 싶다”며 “병역비리나 돈봉투 문화처럼 누구나 알고있지만 여지껏 고치지 못한 악습 개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 전 원장은 사법연수원 11기로,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청주지법원장, 서울동부지법원장을 거쳐 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취임했다. 법관 시절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국내에 입국한 미얀마인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월남전 참전 군인의 고엽제 후유증을 공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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