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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女손님 접대 낮엔…강남 호빠 '이중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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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8월 서울 청담동 유흥가 밀집 지역. 송모(28)씨는 자신의 12인승 승합차로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하는 승용차의 앞범퍼를 일부러 들이받았다. 살짝 접촉한 정도의 경미한 교통사고였다. 하지만 송씨는 이 사고를 핑계로 승합차에 탄 탑승자 10명을 병원에 입원시키고 보험금 1891만원을 타냈다.

 2010년 10월 송씨의 쌍둥이 동생(28)은 청담동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박모(30)씨의 차량을 쫓아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 송씨는 “현금 1000만원을 주고 보험 처리를 해달라. 그러지 않으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495만원을 받았다. 송씨는 또 탑승하지도 않은 5명을 병원에 입원시켰고 보험금 1034만원을 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강남 일대에서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 등)로 호스트(남성접대부) 일당 85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중 호스트바 보도방(남성접대부 공급처)을 운영하는 쌍둥이 송씨 형제에 대해 사기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 형제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08년 8월부터 지난 9월까지 9개 보험사에서 47회에 걸쳐 약 5억원의 보험금·합의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송씨 형제는 이모(21)씨 등 30여 명의 호스트를 합숙시키면서 밤에는 강남 일대 호스트바에서 접대를 시키고, 낮에는 교통사고 환자로 위장해 병원에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냈다.

 송씨 형제는 승합차에 호스트를 태우고 서울 논현동·청담동 등 유흥가를 돌면서 신호위반 등 교통 법규 위반 차량을 발견하면 바로 접촉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 뒤에는 탑승자 전원을 허위로 입원시켜 보험금을 타냈다. 2009년 12월 형 송씨는 강남 논현동에서 조모(38)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일부러 들이받았다. 송씨는 승용차 탑승자 5명 모두 목·허리에 통증이 있다며 병원에 입원해 수리비·입원비 명목으로 1082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이들은 탑승자가 없을 때도 좌석 수만큼 탄 것처럼 허위로 보험사에 접수시켜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2010년 9월엔 동생 송씨가 자신의 승용차로 다른 차를 들이받고 탑승하지도 않은 호스트 4명을 병원에 입원시킨 뒤 1300만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송씨 형제는 “말을 안 들으면 잘라버리겠다”고 협박해 호스트들이 입원하면서 받아낸 보험금·합의금의 80% 이상을 다시 뜯어냈다. 2010년 11월 형 송씨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중고 BMW 승용차를 고의로 불태워 5650만원을 보험사로부터 받아냈다. 경찰은 20대 남성들이 수십 차례 사고를 접수시킨다는 보험사의 신고를 받아 지난 8월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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