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역풍 맞은 대치동 원룸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권영은기자]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공부 깨나 한다는 학생들이었죠. 지방에는 그런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만한 학원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잖아요. 학군도 좋고 해서 중학교 2~3학년 학생들이 올라와 원룸에서 지내면서 인근 고등학교에 배정받고 대치동 학원가에서 사교육을 받았죠.
그런데 최근 4~5년 새에는 방학 기간에 올라와 2~3개월 가량 집중적으로 학원을 다니려던 수요마저 사라졌네요. 특히 수능시험이 쉬워지면서 굳이 사교육 기관을 찾아 떠돌 필요가 없어진거죠. 빈방이 크게 늘면서 마음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월세를 낮추고 있어요".
(대치동 H공인 관계자)

'대한민국 사교육 열풍 1번지' 강남 대치동 원룸이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대치동 학원가를 찾는 학생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폐업하는 학원이 늘어나면서 원룸 임대 시장도 적잖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올 들어 대치동 학원 10곳 중 3곳 폐업

실제로 대치동 원룸 임대료 시세는 최근 들어 월 10만원 가량 낮아진 상황입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전용 23~36㎡형 원룸은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70만~100만원 선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9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대치동 원룸 수요의 70~80%를 차지하던 학생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대치동 원룸 4000가구 가운데 30% 가량이 빈집으로 남아있을 정도"라며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6000만~7000만원 가량으로 올리는 대신 월세를 파격적으로 깎는(10만~20만원) 등 세입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문제의 진원지인 학원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요.

대치동 B공인 관계자는 "유명 학원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폐업이 늘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대치동에서 영업 중인 부동산마다 세입자를 기다리는 학원용 점포가 넘쳐난다고 합니다.

올 들어 10곳 중 3곳이 문을 닫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대치동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합니다.

이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치동 학원 상권이 망가지면서 은마아파트 등 주변 아파트 시장이 타격을 입더니 잘 나가던 원룸 시장도 고꾸라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원들은 300만원이 넘는 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책상 등 집기를 버리고 야반도주까지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사교육 열풍으로 버텨왔던 시장들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