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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중학의 입시 결과발표를 앞두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작 10일 맨 먼저 합격자명단을 발표한 서울시내 성심여중을 필두로 오늘중에는 전국의 모든 전기중학 입시결과가 밝혀질 것이다. 그동안 수개월 또는 수개년을 두고 오직 이날을 위하여 총력을 경주하다시피한 수10만 어린이들과 그 학부형·자모들의 가슴죄는 심정을 생각할때 우리는 먼저 오늘을 사는 같은 동포의 한사람으로서 인간적인 동정을 가지고 그들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그들의 낙담을 함께 달래고자 한다.
평균 2·6대 1, 심한곳에서는 7대 1까지의 심한 경쟁을 물리치고 당당히 합격의 영광을 차지한 어린이들과 그 보호자들에 대해서는 그저 축복의 꽃다발을 한아름씩 안겨주고 싶을 따름이다. 중학에의 진학이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자라나는 우리의 다음 세대가 그만큼 심신양면에 걸친 또 하나의 비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국가적경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며, 또 한편 그들 개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그들은 이 첫번째 경쟁에 승리함으로써 양양한 그들의 일생을 희망에 가득찬 것으로 관망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됐다고 우리는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면, 이 첫번째 입시에 낙망의 고배를 마신 어린이들과 그 학부형들에게 대해서도 우리는 위에서 말한 것과 똑같은 심정에서 깊은 동정과 더 한층의 격려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중학입시라는 것은 긴 인생행로에서 오직 그 한「컷」에 불과한 것일뿐더러 설사 이 전기중학의 입시에 실패 했다한들, 이 실패가 도리어 전화위복의 좋은 계기가 될수 있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실례를 통해서 너무도 명백한 일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게는 바로 눈앞에 후기중학의 입시 기회가 부여되어 얼마든지 그 설분을 할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데에서랴. 서울의 경우 올해의 국민학교 졸업예정자 약 7만4천명중 진학희망자는 약 6만3천명으로, 61개 전기중학의 모집인원수 2만9천여명과 67개 후기중학의 3만1천여명을 합쳐 볼 때, 소위「일류학교병」에의 집착만 버린다면 거의 전원이 진학할 수 있다는 통계조차 있는 터이다. 우리는 여기서 새삼스러이 일류학교병의 공과를 논할 겨를이 없으나, 다만 설사 전기입시에서 고배를 마신 어린이들이나 그 보호자들로서도 그들이 권토중래하는 용기와 학교선택에 대한 현명만 되찾게 된다면 반드시 영광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지적함으로써 그들을 고무하고자 한다.
전기중학의 입시 결과발표와 함께 당연히 요구되는 것은 각 지방 교육당국과 학교당국이 지금까지 비밀에 붙여두고 있던 입시문제·채점기준 그리고 「커트라인」등을 일절 공개함으로써 항간의 의혹을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의 경우 당국이 지금까지 이와같은 것을 비공개로 덮어둔데 대하여서는 주로 교육적 견지에서 그 타당성이 일단 수긍되기도 하였던 것이지마는 이제는 그것을 떳떳하게 공개함으로써 사회일반과 교육전문가들의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사회일반의 의혹때문에 생겨나는 갖가지 폐단을 막고, 입시제도 자체의 향상을 위하여서도 무하나하로 요구되는 교육적 요청이라는 것을 지적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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