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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감각 잃은 중공외교|[AA후퇴]이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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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공외교는 지금 심각한 [딜레머]에 빠져있다. 마취성의 [붉은 미소]를 흑·황색대륙의 허공에 뿌리면서 한때 맹렬한 중공[붐]까지 일으키던 위세는 아·아 외교의 전면적인 재검토라는 강요된 조건에 짓눌려 버렸다. 중공은 10년전의 제1차 [반둥]회의이래 [아프리카]대륙 남단서 [아시아]대륙 북단에 이르는 지역의 신흥세력을 반[네콜림](신구식민지주의 및 제국주의반대)의 한손에 장악하여 미국을 고립시키는 것을 외교의 지상명령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중공의 이 외교전략은 [알지에]회의를 눈앞에 두고 오산임이 드러났다. 60년부터 몇 년 동안만해도 [아프리카]같은데서는 무더기로 신흥독립국이 속출하여 감정적인 [반구미][무드]가 물결쳤다. 이때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중공외교의 황금시대였다. 그러나 [아시아]·[아프리카]의 신흥국가들이 경제개발이라는 급박한 현실문제에 눈 떴을 때 그들은 맹목적인 반미·반서구가 그대로 막대한 경제적인 손실과 직결됨을 알았다. 중공의 전투적인 혁명 [에네르기]의 득실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변화도 아랑 곳 없이 중공은 과격의 곬으로만 폭주하다가 [알지에]의 문턱에서 [브레이크]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결국 중공의 장단에 춤추기를 거부할 것이 분명해진 [알지에]회의를 초토전술로 유산시키긴 했지만, 새로운 외교적인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심각한 과제만을 그대로 안고 있다. 따라서 중공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이곳 [홍콩]의 어떤 [업저버]들은 심지어 [그 어떤 위기]를 경고한다. 미국과 소련을 한 울타리안에 고립시키려다 자신이 고립되어버린 중공이 필경은 탈출구를 찾기 마련인데 그것이 어쩌면 새로운 분쟁조성의 형태로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번 대만해협서 자유중국과 중공의 함선이 포격을 교환했을 때 그것이 위기의 신호탄이 아닌 가고 긴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 주재 서방기자들은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재발될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오히려 중·인 국경이나 [라오스] 또는 중·소분쟁의 소강 상태가 깨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점치고 있다. 실제로 중·소분쟁은 다시 불붙어 있다. 그러나 [아시아]·[아프리카]에서 후퇴한 중공이 소련에 대한 삿대질만 가지고는 [청색식민주의]에 대한 역습으로까지 확대되고 궁지에서 쉽사리 빠져 나올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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