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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어떻게 대응하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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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증상, 즉 주행 중 액셀을 밟지 않았는데도 엔진 회전수가 급등하면서 급가속하거나, 시동을 걸고 자동변속기 레버를 주행모드(D)에 놨을 때 엔진 회전수가 갑자기 급등하면서 차량이 튀어 나가는 현상이 발생했을 때 운전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침착성을 잃지 않고 초기 조작을 신속히 하는 게 대형사고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보호원과 국토부에 신고된 급발진 의심건수를 분석해 보면 디젤 차량이나 수동변속기는 거의 없다. 95% 이상 가솔린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단 차량에서 발생했다. 현재 국내 승용차(영업용 제외)의 자동변속기 장착률은 98%가 넘는다. 여기에 가솔린 차량 비중은 지난해 등록 기준으로 67%(86만499대)다. 가솔린차 보유자라면 급발진 사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차량 전문가들은 사전에 대응법을 숙지하고 있다면 큰 사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들이 추천한 기본 대응법은 우선 엔진 동력을 전달하는 변속기를 중립(N)이나 주차(P)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엔진 회전수가 급상승하면서 차량이 돌진하더라도 동력 전달장치를 끊어 주면 급가속은 사라진다. 동력이 차단되면 ‘왱~’ 하는 엔진의 굉음만 들리고 타력 주행만 할 뿐이다. 이후 브레이크를 작동해 차량을 멈추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것이다. 주차 모드로 바꿔도 브레이크에 큰 무리가 가지 않고 동력 전달은 끊어진다.

 둘째 방법은 시동키를 돌려 시동을 끄는 것이다. 이럴 경우 변속기는 주행모드(D)에 위치했지만 변속기 기어가 그대로 엔진에 물려 있고 엔진만 정지한다. 엔진 브레이크를 쓰는 것과 비슷해 차량은 서서히 정지한다. 단 이 방법은 핸들과 브레이크가 뻑뻑해지는 단점이 있다. 시속 100㎞ 이상 고속주행에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동이 멈추면 유압·전동식 파워핸들(핸들을 손쉽게 돌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 사용이 안 된다. 강한 유압으로 바퀴(디스크)에 연결된 브레이크 패드를 조여 주는 브레이크 배압장치도 작동을 멈춘다. 운전자의 힘으로만 기계 조작을 해야 해 몇 배 이상 힘이 들어간다. 단 시동을 꺼도 브레이크는 한 번 정도는 제대로 작동한다. 다음부터 뻑뻑해진다. 요즘 유행하는 버튼 시동을 단 차량도 버튼만 길게 누르면 주행 중에도 대부분 시동이 꺼진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아 멈추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여러 급발진 신고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제동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엔진 출력이 브레이크의 제동력보다 커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보다는 브레이크의 배압장치 기능이 시동을 끈 상태와 마찬가지로 함께 이상을 일으킨 것으로 조심스레 진단한다. 급발진 현상 때 브레이크 작동도 필요하지만 엔진 동력을 끊어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태진·주경돈 기자
도움말=장진택 카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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