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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농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학년말이 다가오고 졸업기가 가까워지자 체육계에는 해마다 홍역처럼 치르는 「스카우트 」의 선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비롯된 것인지 기원조차 뚜렷치 않은 추문과 잡음 속의 한국「스카우트」열풍은 그러기에 뜻 있는 사람들의 비난과 눈총을 받아왔다.「스카우트」엔 돈이 따르고「스캔들」이 안기는 법-금년도 각 주요 종목의 「스카우트」상황을 파헤쳐 본다.

<여자농구>「스카우트」하면「여자 농구」가 연상될 정도로 여자농구의「스카우트」는 치열하다. 세칭 농구「브로커」라고 불리는 일부 인사들이 몇몇 다방에 진을 치고 선수와 그 부형, 「팀」의 관계자, 심지어는 학교측까지를 물고 늘어지면서 농간을 피우고 말썽을 일으키는 실정이다. 항간에는 농구 복덕방, 「스카우트」참모부라는 야유 섞인 새로운 유행어가 퍼지기도 했다. 어느 실업「팀」이 A선수의 부형을 일류 「호텔」에 투숙시키고 매일같이 호화로운 향연을 베푼다느니, 모 은행은 B선수를 수십만원의 돈으로 유혹하고 기백만원을 대부해 준다느니 하는 듣기 거북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내년 봄 여자고교를 졸업하는 농구선수의 수는 약 80명 정도, 이중에서 각 실업 「팀」의 경쟁 대상에 올라있는 선수는 20명 안팎이다.
이들을 둘러싸고 현재 6개 여자실업 「팀」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쓰면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금년「스카우트」에 제일 열을 내고있는「팀」은 호남비료. 작년 「팀」이 창설되면서「스카우트」에 늦어져 항상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호비는 내년 「시즌」A「클라스」비약을 위해 제일 먼저 졸업반 선수들에게 손을 뻗쳤고 그 활약도 활발하다.
이 뒤를 따르는 것이 제일은행과 한일은행. 시중은행으로서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도 항상「라이벌」이 되어온 두 은행은 예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눈에 보일 정도의 경합으로 선수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상은은 무난한 편이고 국민은행과 한국전력은 주로 지방선수와 경쟁대상에서 제외된 서울시내 선수들을 상대로 평온한 포섭공세를 취하는 형편이다.
현재 「스카우트」의 대상에서 가장 크게 논의되고 대형선수로 지목 받는 선수는 숭의여고의 박용분 (C· 1M 76) 선수와 성신여고의 흥성화 (C·1M 70) 선수를 비롯해 이정임 (숭의) 김경애(덕성) 강부임 (풍문) 선수 등이다.
어떤 「코치」는 이들이 내년 봄 졸업하는 선수들 중 「특급」이라고 「아이러니컬」하게 평했다.
박용분은 애초 숭의의 다른 선수들과 함께 한일로 결정이 나는 듯 했으나 중간에 호비가 뛰어들어 아직 결정을 못 짓고 있다. 호비에선 박 선수의 오빠를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섰는데 표면에 내세운 조건은 입사 후 다른 직장보다 대우를 잘해준다는 것이라 하나 일부에선 그 이상의 조건이 있으리라는 것.
홍성화는 제일·한일·호비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학교측에서는 제일과의 거래관계로 제일에 밀고, 어머니는 한일로, 본인은 호비를 원한다는 소문.
강부임은 1년 내를 제일에서 학비, 숙식비를 제공해가면서 눈독을 들였는데 호비가 경합하고 있고, 이정임은 제일과 한일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는 형편이나 제일이 유력하다.
김경애는 한일로 결정이 났고, 이들 중 몇 선수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50만원에서 1백만원설이 떠돌고 있어『딸을 낳으면 농구를 시키라』는 속언을 웃지 못하게 하고있다.
이외에 김남숙 (숭의) 여국연 (풍문) 서혜란 (덕성) 조안옥 (혜화) 등은 한일, 이신혜 여귀임 선수 등 4명의 혜화 졸업생이 국민은에 결정이 났다.
상은은 내년 2월 호주 원정을 내세우고 박용숙 (덕성) 김금미 외 2명의 군산여고 선수들을 포섭했고 한전은 숙명에서 5명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내년 봄이 되면 「베일」속에 가렸던 각 선수들의 향방이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듣기에 좋지 않은 각종 「스캔들」도 여기저기 입씨름 속에 번질 것이다.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고 정상적인 성장을 막는 어른들이 언제쯤이면 양식을 되찾을까?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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