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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보는 한국의 장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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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사엔 공식이 없다. 현실은 이상도 당위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에 대립하면서 또 그것을 지향하는 것이 현실이다.
「장래」는「여명」의 의미를 품는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그것의 전망대는 때로는 높을 수도, 때로는 낮을 수도 있다. 현실에 파묻혀 사는 우리의 의지가 그 고저의 가늠쇠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한국 대학생은 조국의 「동쪽」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20일 한국 심리학회가 주최한 학술연구 발표회에서 서울대 학생지도연구소 연구원 김화중씨는 「서울대학교 학생이 본 우리 나라의 장래」라는 흥미 있는 「테마」를 발표했다. 최근 서울대학생 6천 5백 73명(전체의 65%)을 대상으로「앙케트」를 수집한 통계가 그 「데이터」였다. 대학가의 정치열풍이 지나가고, 잠짓한 그 시기에 이「앙케트」가 던져진 것은 더 관심을 끄는 일이기도 했다. 서울대학생들이 현실에 반발하고 항거하는「열풍의 핵」이었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랬다.
현실에 체념하는 대학생은 드물다. 그들은 몽상이나 「나르시스즘」에서 깨어있다. 조국의 장래가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다」는 견해에 54·6%가 긍정한다. 남학생의 경우는 그보다 밝은 눈으로(56·1%) 장래를 기대한다. 이제나 그제나 나라꼴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체념은 16·5%로 나타나있다. 장래를 비관하는 축도 10%는 된다. 지금보다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눈빛들이다. 그러나 18·9%로 나타난 무관심의 내면은 궁금하다. 여대생의 경우 그 궁금증은 더 커진다. 25·9%가 한국의 장래를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김화중씨는 그들이 『나라의 장래에 별관심이 없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장래를 보는 눈도 남자들보다는 어둡다. 45·3%만이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있다. 「마찬가지」라는 체념의 깊이도 여대생들에겐 보다 깊다. 20·7%가 그편에 들어있다. 그렇지만 「못할 것」이라는 비관의 비율이 8%뿐인 것은 국가장래에 대한 그들의 무관심을 설명해 준다.
「전공」은 장래를 내다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상대생이나 의대 혹은 약대생들은 60%이상이 「향상된 장래」를 믿는다. 사회의 적응력이 강할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재미있는 관찰이다. 상대생들은 63·2%가 돋보기를 쓰고 장래를 밝게 전망한다. 「못할 것」이라는 비관도 그들에게는 훨씬 적다. 6·1%만이 그것에 긍정한다. 장래에 기대를 거는 비율의 순위는 상대 (63·2%) 의대 (61·2%) 약대 (60·2%) 미대 (59·2%) 공대(57·6%) 사대(55·7%) 농대 (55·5%) … 이런 순으로 낮아진다. 문리대생들은 어느 대학 (전공별)보다도 장래를 탐탁치않게 본다. 제일 낮은 비율인 52·6%가 장래에 희망을 두고있을 따름이다. 정치 과열 지대가 바로 문리대이며 또 그들의 졸업 후 취직율이 제일 낮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만은 아닐 것이다. 법대생(53·5%) 치대생 (54·6%) 음대생 (54·8%)도 장래를 낙관하기를 주저하는 편이다. 오히려 법대생들은 11·7%가 비관적인 눈빛이다. 졸업 후 교사자리 하나 얻기 힘든 사대생들도 비관하기는 역시 마찬가지다. 11·5%가 어두운 장래를 얘기한다. 농대생이나 공대생들이 장래를 회의하는 것은 한국의 산업 근대화 과정이 그만큼 느려질 것이라는 시도 된다.
「서포머」(2년생)는 흔히「트러블·메이커」들이다. 대학에 대한, 그리고 사회에 대한 환멸의 눈이 떠지는 계절을 그들은 이 무렵에 경험한다. 따라서 장래를 향한 자세도 퍽 부정적이다. 어느 학년의 학생들보다도 높은 비율이 장래는 별것 아니라거나 못할 것이라는 쪽에 기울어있다.
따라서 사회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에 인색하다. 50·8%가 이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최종학년인 졸업반 학생들은 59·3%라는 높은 비율이 장래를 신망한다. 그와 같은 신망의도가 3학년 때부터 차츰 높아져 가는 현상은 사회에 밀착하는 어떤 긍정적인 의지의 단면을 설명해주는 예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자. 김화중씨는 「랜덤·샘플링」으로 1백 수10명을 선정,「인터뷰」를 했다.
장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이유의 중요한 것을 대학생(남자)들은 「경제」면(42·6%)에서 우선 지적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수출정책의 향상을 그들은 기대했다. 그리고는 「사회」적인 이유 (30·3%)를 들었다. 장래에는 지금의 건실한 대학생들이 의젓한 사회인이 되어있을 것이고…라는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들이다. 「정치」에선 기대할 것이 별로 없다. 정치적 안정과 새 지도자의 출현은 가능할 것이지만 그것을 믿는 학생은 16·6%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라는 편의 주장은 긍정의 부정이다. 정치 (28·8%)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지도자는 무능하고…. 경제적인 향상도 기대하기는 힘들다. 미국의 원조는 감축되고 지하자원은 부족하고…. 역시 사회면에서도 인구는 늘고 청년의 기백은 죽고…. 「못할 것」이라는 편의 주장은 훨씬 강렬한 어조로 반복해서 그것을 말한다.
그들이 「밝고」「어둡고」를 전망하는 장래의 시점은「50년이내」-.
김화중씨는 당초의 선입견보다는 집계의 결과가 『의의로 「포지티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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