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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동 떡볶이거리에 공연장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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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6일 오후 서울 신당동 떡볶이거리는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한때 40여 개에 달했던 떡볶이 가게는 지금은 이리저리 합쳐져 10곳가량 남아 있다. 가게 안에서는 간간이 “오이시(맛있다)~” 같은 일본어도 들렸다. 메뉴판을 확인해보니 일어판·중국어판도 있었다. 친구들과 가끔 이곳을 방문한다는 일본인 야마모토 사토루(31)는 “떡볶이가 맛있기는 한데 다른 즐길거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거 DJ ‘허리케인 박’으로 유명했던 박두규(50)씨는 현재 400석 규모의 떡볶이 가게 사장이 됐다. 그는 “과거 떡볶이 거리가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건 ‘DJ’라는 문화를 덧입혀 손님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만족감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신당동식 즉석떡볶이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만큼 떡볶이만 고수해서는 한계가 있다. 거리 공연 등 문화상품을 연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9월이면 신당동 떡볶이 거리에 비보이 공연 등을 할 수 있는 야외공연장이 세워진다. 떡볶이뿐 아니라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는 음식과 문화를 겸비한 복합테마거리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최근 전국 5개 음식테마거리를 관광 활성화 거점으로 육성하기로 한 덕분이다. 신당동 떡볶이거리를 비롯해 부산 광안리 민락동 횟집거리,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 강원 강릉 초당두부거리, 전북 남원 추어탕거리가 대상이다.

 문화부는 이들 지역에 대해 관광 테마 발굴과 교통·주변 환경 인프라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김진곤 문화부 관광산업팀장은 “최근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쇼핑과 음식이었다”며 “주요 음식거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발굴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 민락동 횟집거리에서는 휴대용 소지도가 제작·배포된다. 꼬불꼬불한 골목 사이로 350여 상점이 밀집해 있어 가게를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지적 때문이다. 외국어로 된 메뉴판과 홈페이지도 만든다. 노후화된 대구 안지랑 곱창골목에는 안내 간판과 위생복이 공급되고 곱창 관련 스토리텔링도 개발된다. 강원 강릉의 초당두부거리와 전북 남원의 추어탕거리는 체험시설을 만들고 외국인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도로 시설을 정비하기로 했다.

 지역 상인들은 이를 환영했다. 이철욱 광안리민락회촌상가번영회장은 “외국어 메뉴판과 간판을 만들면 길을 찾기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만환 안지랑곱창상가상인회장도 “곱창골목이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많아 젊은 층이나 외국인들의 방문이 적다”며 “위생시설을 정비하고 곱창 관련 이야기를 많이 개발해 홍보하면 상가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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