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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사드, 중남미 국가에 망명 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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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리아의 폭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의 독재정치가 어떤 방식으로 종말을 맞을지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그의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데는 이론이 없다.

 알아사드는 2000년 급사한 아버지 하페즈의 뒤를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페즈는 1971년 집권해 30년 동안 공포정치를 펼쳤다. 왕정이 아닌 아랍 국가 가운데 이렇게 부자 권력 세습이 이뤄진 것은 시리아가 유일하다. 알아사드 역시 지난해 3월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유혈진압, 4만 1000명을 희생시키는 등 ‘부전자전’의 면모를 보였다.

 현재로선 가장 가능성 높은 알아사드의 탈출구는 해외 망명이다. 이미 자산 상당 부분을 러시아로 빼돌렸다는 것이 BBC의 설명이다. 망명 사전준비로 읽히는 부분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5일(현지시간) 파이잘 알미크다드 시리아 외무차관이 지난 몇 주 동안 쿠바·베네수엘라·에콰도르 등의 국가를 비밀리에 방문해 알아사드의 망명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아랍권) 주변 국가에서 알아사드 일가에게 비공식 망명 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유력하게 제기됐던 ‘예멘식 시나리오’는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예멘의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는 지난해 11월 면책을 대가로 모든 권력을 부통령에게 넘기고 퇴진했다. 하지만 현재 시리아에서는 이미 시민군의 세가 커져 ‘자력 축출’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알아사드를 곱게 보내줄 가능성은 낮다. 시리아 사태가 내전으로 비화한 이후 알아사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세우는 일도 가능해졌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처럼 시민군 손에 붙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을 가능성 도 제기된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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