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산항 온 후 도망친 동남아 선원 68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지난 10월 초 부산 영도구의 한 조선소. 수리를 위해 정박해 있던 한국 국적 어선에서 인도네시아인 선원 A씨(33)가 빠져나와 사라졌다. A씨는 같은 인도네시아 출신의 브로커 B씨(34)가 보낸 안내인을 따라 시외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B씨는 며칠 뒤 A씨를 자신이 알고 있던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 취업시켰다.

 두 사람은 한국에 오기 1년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을 통해 알게 된 사이였다. 두 사람은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로 밀입국 경로와 방법, 밀입국에 성공할 경우의 일자리까지 상세한 정보를 주고받았다. 인도네시아어는 표기를 로마자 알파벳으로 하기 때문에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를 사용하면 쉽게 연락이 가능하다.

 브로커 B씨는 2004년 자신이 선원으로 있던 한국 국적의 배에서 탈출해 8년간 대구·진주·천안 등지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했다. 자신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밀입국과 취업 정보를 카카오톡을 통해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전파했다.

 B씨는 이런 수법으로 최근 2개월 동안 부산항에 입항한 뒤 근무지를 벗어난 인도네시아 선원 6명에게 밀입국을 시켜주고 일자리를 마련해 줬다고 경찰은 밝혔다. B씨는 경찰에서 “선의로 밀입국과 일자리를 주선해 줬을 뿐 취업 알선 대가는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부산해양경찰서는 4일 B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A씨는 강제 추방했다고 밝혔다.

 해경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11월까지 모두 68명의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계 외국인 선원이 부산항에 입항해 배에서 무단 이탈했다. 부산해경 조완철(43) 경사는 “최근에는 SNS를 통해 한국에 먼저 와 있는 불법 취업자들과 연락해 밀입국 정보를 파악하고 불법 취업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