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가이익과 지방이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4일부터 국회는 새해 예산안의 종합심의에 착수케 되리라 한다. 민중당측은 이번 예산안이 내명년에 있을 총선에 대비키 위한 공화당의 전략적인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하여 그러한 요소를 제거하는데 주력하리라 한다. 국가이익이란 당파적 이익보다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집권당이 당파적 이익에 치중한 예산안을 짰다고 하면 국회가 국가이익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그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볼 수 있다.
국가이익이 당파적 이익보다 앞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국가이익이 지방이익보다 앞서야한다는 기본적 요구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 있어서는 전자에 관해서는 국민적 관심이 크고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어왔었지만, 후자에 관해서는 일반적으로 관심이 적고 이해가 모자라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제기과정이나 국회 심의과정에 있어서 경솔히 다루어지는 폐풍이 있음을 우리는 유감으로 생각한다.
예컨대 새해 예산안만 보더라도 전천후 농업예산중 개간이나 간척을 어떤 지역에다 실시하도록 하는가, 관광예산을 어느 지역에다 얼마나 할당하는가, 철도부설의 규모와 순위를 어떻게 결정하는가, 중요 국책산업의 공장입지를 어디로 선정하는가, 하는 등의 문제는 국가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인데, 이런 중대 문제가 행정부 고위층이나 유력한 국회의원의 출신구·연고구의 지방적 이익과 관련 없이 국가전체의 이익을 감안하여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다루어지리라는 보장은 하나도 없다. 그뿐더러 문화재 보호 예산을 어떠한 지방이 더 많이 타가기 위해 국회의원간에 암투가 벌어진다든지, 행정구역 변경이나 행정관청 소재지를 결정하는데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국회의원이나 원외 정치인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든지 하는 예도 우리 헌정사상 결코 적지 않다.
이런 예로 미루어보아 과거. 현재·미래를 불문하고 국가이익과 지방이익 사이에는 적절균형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하는 것이요, 이면에 있어서 국회의원이 정당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매우 요긴한 일인 것이다.
대체 소선거구 지역대표제에 의거해서 국회의원의 대다수를 선거키로 되어있는 우리사회에 있어서는 개개의 후보자가 선거구민의 환심을 사고 당선을 용이케 하기 위해 선거구민이 요망하고있는 지역사회의 개발이나 지방이익의 옹호·신장 등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수 있고, 또 실제로 많이 내세우고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해서 당선된 국회의원이 지역사회에 대한 공약에 충실키 위해, 지방이익의 구현을 위해 국가이익을 희생코자 한다고 하면 과연 국가의 통일성은 침해를 면할 수 없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점은 바로 이점인데, 우리는 지방간의 이해관계의 상충을 조정하고 지방이익보다 국가이익을 앞세우기 위해 국회라는 국민대표기관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대표제의 원리 밑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은 가령 지역대표의 형식으로 선출되었다하더라도 그 「지역의 대표」가 아니라 「전체 국민의 대표」임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그러므로 국가에 충실할 국회의원은 아무 때나 부분의 이익보다도 전체의 이익을, 지방의 이익보다도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데 헌신해야될 것이요, 또 그렇게 하는 사람만이 진실로 용감한 정치인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