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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마구잡이 사냥' 판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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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겨울철 야생 동물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한쪽에선 시민단체들이 먹이를 주는 운동을 펴는 반면 다른쪽에선 공기총·덫 등을 이용해 무차별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사냥꾼들이 서치라이트와 야간 조준경이 달린 공기총까지 동원,야간 불법 사냥을 하는 바람에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실태=지난 4일 오전 1시쯤 경북 성주군 수륜면 보월리 야산.이모(41·노동)씨 등 동료 3명이 공기총을 들고 사냥을 하다 현장을 덮친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은 이미 꿩 두마리를 잡은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17일에는 김천시 개령면 황계리 야산에서 여모(42·농업)씨 등 11명이 야간 불법 사냥을 하다 현장에 잠복 중이던 경찰에 검거됐다.

이에 앞서 9일에도 경주시 양북면 용당리에서 공기총으로 고라니 한마리를 잡은 임모(42)씨 등 두명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경북지역 곳곳에서 불법 사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위치도 참조>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불법 사냥으로 적발된 사람은 모두 70명.이 가운데 4명은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되고 나머지는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의 특징은 감시가 뜸한 새벽 시간을 이용해 사냥을 한다는 점이다. 산속에서도 동물을 식별할 수 있는 서치라이트와 야간 조준경을 갖춘 최첨단 공기총으로 무장하고 야생동물을 무차별 사냥한다는 것이다.

동물을 잡지는 않았지만 사냥을 하기 위해 총을 들고 야산 등 현장에 있다가 경찰에 검거돼 입건된 사람도 34명에 이른다.

공기총·올무 등 불법 수렵도구도 39건이 압수됐다.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총포 소지허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경찰청 김광수 수사2계장은 “야간 사냥은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고 “실제 밀렵은 이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인·대책=이처럼 밀렵이 극성을 부리는 것은 경북지역에 수렵장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시·군이 경북도에 수렵장 지정신청을 하면 환경부가 최종 승인을 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수렵장 지정 신청을 한 지역 지자체는 한 곳도 없다.

밀렵 단속업무를 맡고 있는 경북도와 지자체들은 지난달부터 40여회 단속활동을 폈지만 단 한명을 검거하는 데 그쳤다.인력 부족을 이유로 낮시간 동안만 단속했기 때문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시·군의 산림·환경부서 직원들과 함께 이 달부터 야간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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