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휴일 없는 강행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지난 7월6일 서울을 떠나 세 번째로 미국으로 향한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은 그 동안 북미 대륙에서 순회 공연을 하면서 많은 갈채를 받아왔다. 저번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먼 나라에서 온 가련한 꼬마 예술사절단의 음악적 재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신문들도 대서 특필하여 이들을 격찬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화려한 순회 공연 뒤에 숨은 인솔자와 어린 고아들의 지나친 고생을 도외시한 채 예정을 강행시키고 있는 모습은 뜻 있는 이곳 교포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고 있다.
고국을 떠나 이미 넉 달 동안 대형 [그레이·하운드][버스]를 하루에99달러로 전세 내어 거의 그 속에서 살다시피 하는 35명의 어린 단원과 인솔자들은 연일의 강행군으로 방문한 도시 이름조차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버스]에 흔들리면서도 불과 수개월동안 어린이들의 성장은 계속되었다. 서울에서 입고 온 옷은 맞지 않아 다시 한복을 서울에서 부쳐오고 양복은 다시 맞추어 입는 소동까지 났다. 옷 문제는 이렇게 해결되었으나 비교적 나이가 많은 소년단원들이 하필이면 순회 공연 중에 변성기를 맞아 그들의 변성은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인솔자는 걱정했다. 수명의 단원들은 이제 옛 목소리와는 판이한 거센 목소리를 내고있어 지휘자는 그 애들만은 노래부르는 것을 금하고 미소를 띠면서 다른 아이들에 맞추어 입만 벌리게 하고 있다.
선명회 합창단은 8,9세부터 15세까지의 고아들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매일 2,3차의 공연을 가지는 한편 자선단체·행정기관 또는 교회 등을 방문하여 비공식공연을 갖는다. 이들은 공연 때마다 거의 두 시간을 꼬박 서서 노래를 불러야한다. 이들에게는 일요일도 없다. 토요일은 으례 대도시의 공연이 예정되어있고 일요일은 아침저녁 예배의 형식으로 큰 교회에서 공연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의 인기는 절정에 달해서 가끔 일류 [호텔]에서 재벌이나 고위정치가가 베푸는 만찬에 초대되기도 하며 선물로 들어온 과자와 음료수는 너무 많아서 태반은 버리고 있다.
이와 같은 인기를 이용하려는 상인들의 약삭빠른 활동도 눈에 띈다. [호텔]은 숙소를, 그리고 [레스토랑]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자기들의 선전을 위한 기회를 노린다. 그 중에서도 [레스토랑]의 선전수단은 지능적이다. 예를 들면 공연 중 사회자는 한 단원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은 다음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이 어린 단원은 [프라이·치킨]이라고 대답한다. 이 소리에 관중들은 박수를 치면서 폭소한다. 사회자는 다음 아이에게 같은 수법으로 묻는다. 물론 그 대답은 [프라이· 치킨]이다. 그러면 사회자는 퉁명스럽게 "아마 이 아이들이 오늘 ××[레스토랑]에서 점심초대를 받았는데 거기서 먹은 [프라이·치킨]이 맛이 썩 좋았던 모양이다"라고 슬쩍 선전을 한다.
선명회 당사자들은 이번 공연에서 모금한 돈을 월남 전쟁고아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고 공언하고있다.

<인기 좋은 때문|선명회 서울 지부의 말>
미국서의 공연 일정은 벅찬 것이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원래 [캐나다]에는 예정에 없는 순회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었는데 워낙 우리어린이들의 인기가 좋아 사방에서 초청을 받는 바람에 좀 고역을 치렀던 모양이다. [캐나다][토론토]에서 전충림 통신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