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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능력에 맹점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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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연달아 일어나는 각종 흉악범의 상황을 볼 때, 우리는 과연 치안상태가 안정되어 있는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치안상태가 어째서 이와 같이 안정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될 수 있을 것이나, 그 중에서도 우리가 단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경찰의 수사능력저하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경찰의 수사능력저하에도 또한 여러 가지 이유가 열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정신의 해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자유[센터]총격사건의 범인 이성수는 수도서울시내를 배회하면서 백주에 계속 총질을 하고 다녔었다. 이래서 어제만 해도 그가 발사한 총탄으로 말미암아 한 사람의 무고한 여학생이 횡사를 하게 되었고, 또 한사람의 경찰관이 중상을 입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도처에서 개머리판없는[카빈]총을 가지고 시민을 위협하면서 갖은 행패를 부렸던 것이니 일반시민들은 바야흐로 불안과 공포속에 잠기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시민의 적인 흉악 범인은 경찰의 수사망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신출귀몰의 재주를 부렸던 것이니, 우리의 입에서는 오직 탄식밖에 나올 것이 없었다.
그런데 수사당국은 여전히 [범인을 포위하고있다][범인을 추적중이다][범인은 잠적하였다]는 발표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사건은 범인의 자결로 자연히 끝을 맺었다.
대통령까지도 한때 사태를 안타까이 생각하여 조속히 범인을 체포하도록 명령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우리는 역시 경찰의 수사능력에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하여 당국의 수사능력은 이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었는가. 이것은 참으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범인은 이미 두 번씩이나 수사망에 걸려 체포의 찰나까지 이르렀으나 교묘하게 탈주에 성공하였었다. 적어도 이두가지 경우에 있어서는 경찰관에 과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서는 어떠한 변명도 체포하지 못한 것을 정당화할만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후에 있어서도 이미 범인의 인상착의가 명백히 되고 무기까지 휴대하고있어 이를 검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호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적이라고만 했던 것은 답답한 일이었다.
종래 우리 경찰은 그 능력에 있어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어째서 그 능력이 오히려 저하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지는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닐까한다. 첫째로 유능하고 노련한 수사관들이 소위 세대교체라는 미명하에 경찰에서 밀려난 것은 아닌가. 둘째로 경찰 당국이 너무나 정치적인 제현상에만 관심을 집중하고 범죄수사와 같은 원래의 경찰업무에 정신의 해이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우리는 이와 같은 두 가지 면에 대한 경찰 당국자신의 반성을 촉구해보고 싶은 것이다.
부단히 범죄가 시민생활을 위협하고 있을 때 국가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고, 사전에 범인을 체포하는 것이 그 임무의 [알파]이며 [오메가] 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할 것이다. 조속히 경찰이 그 높은 능력을 칭송 받도록 되어주길 바라마지 않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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