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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개인기, 유럽서도 날려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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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26)는 '반(半) 전도사'였다. 대화 중에 '하나님'이란 단어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심지어 유럽 진출에 대해 "정식 이적이 아니라 임대로 가게 된 것도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하고 감사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박지성에 이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 입단하게 된 이영표는 출국을 앞두고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럼에도 팀 체력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지난 6일 경기도 구리에 있는 LG 챔피언스파크에서 그를 만났다. 이영표는 9일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박지성보다 낮은 대우에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나.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예전에는 운동을 하는 목적이 돈과 명예를 얻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인생관이 바뀌었다."

-특기인 '헛다리짚기 페인트'가 유럽에서도 통할 것 같은가.

"내 페인트는 얼핏 보면 단순한 것 같지만 매우 다양하다. 속임 동작을 한번 또는 두번,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가 알면서도 당한다. 이 기술은 고교 때 익혔는데 하도 연습을 많이 해 양쪽 복숭아뼈에 물집이 잡힐 정도였다."

-슈팅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인정한다. 슈팅 기본기를 제대로 익혀야 할 고교 때 발목을 다쳤다.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점차 조금씩 나아진다는 느낌은 든다. 그러나 내 자리가 슈팅보다는 크로스 기회가 많다 보니 크로스의 정확성을 높이는 연습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이영표 크로스'로 월드컵에서 도움 2개를 했다.

"포르투갈전 박지성 골과 이탈리아전 안정환 골은 두 선수가 공간을 잘 찾아들어간 뒤 수비와의 자리싸움에서 이겨 만들어낸 것이다. 나는 크로스를 할 때 상대 수비와 우리 공격수를 싸움시킨다는 기분으로 볼을 띄운다."

-유럽에서 돌아오면 안양에 복귀할 것인가.

"물론이다. 문서로 약속하진 않았지만 의리는 꼭 지킬 것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믿음을 주는 선수, 내게 공이 왔을 때 동료들이 안심할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

이영표는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지만 결혼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혼하면 아내에게 사랑을 많이 주고 또 많이 받고 싶다고 했다.

구리=정영재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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