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퇴임 날 … 이번엔 ‘알선 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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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앞줄 가운데)이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최재경 중수부장(뒷줄 왼쪽)이 한 총장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검사 비리가 또 터졌다. 특히 검란(檢亂) 끝에 사표를 낸 한상대 검찰총장의 퇴임식 날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검찰 조직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서울중앙지검 박모(38) 검사가 자신이 수사하던 의사 김모(35)씨 사건을 매형인 A변호사(47)가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소개해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박 검사와 A변호사는 사법시험 동기이기도 하다.

 감찰본부는 이날 박 검사가 사건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를 확인키 위해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기관 입출금 내역 등 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박 검사의 서울중앙지검 사무실과 A변호사의 사무실 등도 전격 압수수색했다. 감찰본부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자체 감찰 결과를 넘겨받아 지난달 중순 박 검사에 대한 감찰에 공식 착수했고, 2일 감찰을 수사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2010년 9월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불법 유통시킨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7명을 적발, 우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김씨 등 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 중 서울 강남의 모 성형외과 원장이던 김씨는 간호조무사를 시켜 500여 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환자에게 투여하고 1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수사팀에 근무하던 박 검사는 수사 대상자였던 김씨에게 A변호사가 일하는 법무법인을 선임토록 알선해 줬고 김씨는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기소됐던 의사 중 일부는 “김씨가 수사과정에서 혜택을 받는 것 같았다. 징역형이 구형됐던 다른 의사들과는 달리 김씨에겐 벌금형이 구형돼 확정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검사의 비위는 김씨가 최근 다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번 비리를 제보한 김씨 측 인사는 검찰에서 “A변호사가 당시 1억원가량을 알선료로 요구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금품이 전달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는 금품을 요구받는 과정에서 녹취를 했으며 감찰본부가 관련 녹취록을 입수해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들, 패닉 상태

현직 검사 뇌물수수, 성추문 사건에 이어 ‘변호사 알선’ 사건까지 터지자 검사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현직 검사가 사무실 압수수색을 받은 건 박 검사가 네 번째다. 하지만 검찰이 느끼는 충격은 이전에 비해 작지 않다고 한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때 대검 공안부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첫 번째였다. 이후 13년 만의 두 번째 압수수색이 지난달 11일 김광준(51·구속) 서울고검 검사의 사무실이었는데 보름 만인 지난달 25일 성추문을 일으킨 서울동부지검 전모(30) 검사 사무실이 압수수색당했다. 이날 박 검사까지 포함해 불과 한 달도 채 안 돼 3명의 검사실이 압수수색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뭔가에 홀린 기분”이라며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를 것은 과감하게 잘라 조직을 안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일선의 한 평검사는 “도대체 이 사달의 끝이 어딘지를 모르겠다. 검찰이 어디까지 추락해야 하는 건지…”라고 말했다.

문병주·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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