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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날]기연|위암으로 숨진 소녀의 유언따라|30년만에 광명찾은 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죽음을 눈앞에 둔 한소녀의 갸륵한 유언으로 30년동안 앞을 못보던 한농부가 [눈의 날]인 1일 빛을 찾았다.
이 아름답고 애닯은 얘기의 주인공은 지난 10윌l6일 서울대학부속병원 제6병동에서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위암으로 숨져간 김능환(45·보사부 만성병과근무)씨의 맏딸 김영혜(20· 정란여고졸업·서울 안암동 111의 9)양. 김양은 1년전부터 위암으로 고생해왔었는데 지난 7월22일 마지막 수술을 받고자 서울대학부속병원에 입원한 후 다시는 살아나지 못할것을 알아차리고 "내눈을 앞못보는 불쌍한 사람에게 옮겨달라"고 담당의사와 가족들에게 호소해왔다는 것이다.[나는 이미 죽어가는 몸이지만 다른 불쌍한 사람을 없애기 위해선 이렇듯 호소하는 딸의 간절한 소원을 저버릴수 없어 아버지 김씨는 담당의사와 의논하여 영혜양이 숨지는날 두눈을 뽑기로 했다.
오랜 병고에 시달리던 영혜양이 세상을 떠난 것은 지난 10월16일이었다.
그이튿날 안과과장 윤원식(45)박사는 "개안수술이라도 한번 받아 봤으면 여한이 없겠다" 고 입원중인 최동희(51·농업·서울 영등포구 발산동22)씨와 김천영(18·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군에게 영혜양의 눈을 각각 1개씩 [각막이식]수술 하였는데 눈의 날인 1일 안대를 풀어보니 최씨는 30년동안 잃었던 빛을 찾게됐고 김군도 광명을 찾은 것이다. "지금도 땅속에 묻혀있는 김양의 아름다운 생전의 소원을 내가 간직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이렇듯 갸륵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의 소녀를 나는 평생 잊을 수가 없겠다"고 최씨는 목메어했다.
영혜양의 아버지 김능환씨는 "내딸은 죽어 땅에 묻혔지만 눈은 살아있어 한생명에 빛을 던져 주었으니…"말끝을 맺지 못했다.
▲서울대학부속병원 안과과장 윤원식박사의 말=그 부모의 신념과 용감성에 탄복했다. 이식을 받은 사람의 시력이 회복되어 매우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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